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샌프란시스코 21

제47회 슈퍼볼 챔피언:볼티모어 레이븐스(블루레이)

2013년 2월 3일 미국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 벤츠 슈퍼돔에서 열린 프로미식축구(NFL)의 결승전인 제47회 슈퍼볼 경기는 두 가지가 화제였다. 하나는 형제간의 대결이다.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감독 존 하보와 맞상대였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짐 하보 감독은 형제다. 40년간 미식축구 감독으로 일한 아버지 잭 하보 밑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뛴 두 형제는 슈퍼볼에서 맞붙었다. 형제는 용감했다 샌프란시스코 감독이었던 동생 짐은 형이 감독을 맡고 있는 볼티모어에서 한때 쿼터백으로 뛴 얄궂은 인연을 갖고 있다. 선수로서는 동생이 형보다 훌륭했다. 동생 짐은 시카고, 인디애나폴리스, 볼티모어, 샌디에이고에서 쿼터백으로 뛰었고 201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됐다. 반면 형 존은 프로 진출을 하지 못하고 19..

소살리토

예전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갈 때마다 자주 들렸던 곳이 바닷가 마을 소살리토다. 금문교에서 다리만 건너면 나오는 가까운 곳이어서 즐겨 찾았는데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다양한 집들이 들어선 부촌이다. 소살리토는 높다란 건물과 도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유럽 마을 같다. 고풍스러운 중세도시 같다는 뜻이 아니라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거나 구획 정리가 잘 된 미국 도시 느낌이 덜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닷가에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고 언덕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로들을 따라 갖가지 상점과 여러 모양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이 곳에 헤밍웨이를 비롯해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품이나 공예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여럿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와..

현기증(4K 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Vertigo, 1958년)은 개봉 당시 관객이나 평단의 반응이 시큰둥했다.유령 이야기를 들이대면서 너무 미적지근한 스토리로 흘렀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복잡다단한 심리적 갈등을 다룬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걸작으로 재조명됐다.내용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형사를 그만둔 주인공(제임스 스튜어트)이 유령에게 홀린 것으로 의심되는 친구의 부인(킴 노박)을 미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고소공포증은 단순 증세를 떠나 이야기 전개상 아주 중요한 소재이다.형사가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은 사건을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이자 사건 전개의 발단이 된다. 원작은 피에르 부알로와 토마스 나르스작이 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라는 소설이다.히치콕 감독은 원작의 줄..

새(4K 블루레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존재에 이만큼 강한 공포감을 불어넣은 영화도 드물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새'(The Birds, 1963년)는 어느날 느닷없이 인간을 공격하는 새떼를 다룬 이야기다. 다프네 드 모리에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원작처럼 왜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지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저 새들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맹목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고 온 도시를 뒤덮는다. 새떼가 사람을 습격해 눈을 파먹고, 나무 문을 뚫는 장면은 공포 그 자체다. 이를 위해 히치콕 감독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공포를 시각화했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히치콕은 순전히 아날로그 기술로 공포를 창조했다. 소듐조명을 이용한 매트프린팅 기법..

헐크(4K 블루레이)

우리나라에 헐크를 먼저 알린 것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TV 시리즈였다. 마블 코믹스가 국내에 나오지 않았기에 스탠 리가 그린 만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특히 헐크가 초록색 괴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국내 방영됐던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는 흑백 방송시절이어서 헐크가 초록색일 줄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흑백의 이미지가 헐크를 훨씬 더 위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본 초록색 헐크는 무섭다기보다 왠지 우스꽝스러웠다. 당시 헐크는 국내 TV에서 마땅히 볼게 많지 않던 시절이라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600만불의 사나이'나 '원더우먼' '소머즈' 등에 비하면 별로 인기가 없었다. 아무래도 못생긴 괴물이 주인공이고, 헐크가 활약할때까지 못난이처럼 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