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샘 워싱턴 8

에베레스트 (블루레이)

산악영화의 기본적인 도식은 험한 자연환경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클리프행어'나 '얼라이드' 같은 작위적 드라마나 '노스페이스'나 '히말라야' 같은 실화를 다룬 산악영화들은 행, 불행으로 갈리는 결말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도식은 같다. 달라지는 것은 장소와 등장인물들이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얼마나 극적인 사투를 벌이느냐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산악영화는 재난영화나 마찬가지다. 극적인 자연 환경이 악역을 맡아 이야기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를 배우들의 드라마가 끌어 간다. 결국 볼거리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셈이다.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에베레스트'(Everest, 2015년)는 그런 점에서 성공한 산악 영화다. 8,848m의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봉우리와 여..

타이탄의 분노 (블루레이)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타이탄의 분노'(Wrath of The Titans, 2012년)는 영화로서는 실망스럽지만 블루레이 타이틀로서는 볼 만 하다. 반신반인 영웅 페르세우스가 온갖 괴물과 벌이는 사투가 귀청을 찢을 듯한 요란한 음향과 함께 펼쳐지기 때문. 한마디로 볼거리와 화려한 서라운드 음향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전편에 이어 페르세우스가 지옥으로 무대를 옮겨 위기에 처한 제우스 신을 도와 거인족의 크로노스를 무찌르는 내용. 외눈박이 괴물 사이클롭스, 머리가 둘 달린 키메라, 몸뚱이가 둘인 지옥의 마카이 등 희한한 괴물부터 불덩어리 자체인 크로노스까지 기기묘묘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화면을 수놓는다. 여기에 미로처럼 얽혀서 벽들이 사방으로 움직이는 지옥의 감방 타르타로스까지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

타이탄의 분노 3D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타이탄의 분노 3D'는 여러가지로 실망스런 영화다. 초인적 힘을 지닌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가 지옥의 감옥에 갇힌 신들의 왕 제우스를 구해내고, 풀려난 크로노스와 대결을 펼치는 내용.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 키메라 등 컴퓨터그래픽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괴물들이 나와서 시종일관 귀가 먹먹할 정도로 때려부수는 장면 외엔 남는게 없다. 그만큼 물량 공세로 승부를 건다. 덕분에 전작보다 3D 효과는 요란하다. 특히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설계한 거대한 지옥의 지하 감옥 타르타로스와 불을 내뿜는 키메라, 거대한 크로노스 등의 모습은 입체 효과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놀이 공원도 아니고, 입체 효과만으로 승부를 걸 수는 없는 일. 결정적으로 내용이 빈약하..

영화 2012.04.01

터미네이터 4 : 미래 전쟁의 시작 (블루레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SF영화 속에서도 독특한 범주에 속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미래로 보내 자신을 잉태하게 만드는 등 인물들의 관계가 시공간을 왜곡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물고 물린다. 4편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는 기계들에게 잡혀간 미래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아들이 나서는 이야기다. 말이 되고 안되고는 따질 필요가 없다. 어차피 허구를 바탕으로 출발한 SF 시리즈물이니까. 미래의 아버지가 미래의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다는 1편의 설정은 충격적이면서 기발했다. 그런데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소재의 신선함은 사라지고 요란한 액션만 남았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오토바이로 변하는 기계부터 집채보다 큰 대형 로봇, 사람을 쏙닮은 그럴 듯한 로봇까지 희한한 존재들..

아바타 (블루레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3D 붐을 일으킨 영화다. 이전에도 3D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기술적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깊이감이 남달랐다. 눈을 찌르듯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간의 거리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영상에 깊이가 있다. 마치 음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에 3D로 봤을 때 제 맛이 난다. 물론 실사같은 컴퓨터 그래픽만으로도 충분히 탄성을 불러 일으키지만 '늑대와 춤을'의 미래 버전처럼 진부한 이야기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내용은 지구인들이 자원 확보를 위해 침범한 외계 혹성의 원주민들을 구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원주민들과 똑같이 생긴 분신(아바타)을 이용해 친해지고 싸움에 나선다. 마치 게임같은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