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샘 페킨파 8

겟어웨이 (블루레이)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 감독의 '겟어웨이'(The Getaway, 1972년)를 처음 본 것은 TV에서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말의 명화 시간에 방영해 준 이 작품을 보고 샘 페킨파 감독에게 홀딱 반했다. 워낙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당시로선 화끈한 액션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에 흠뻑 빠져들었다. 샘 페킨파 감독의 매력은 폭력에 대한 집착에 있다. 그의 폭력은 선악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폭력을 거침없이 휘두르며, 여성도 봐주지 않고 때리거나 총앞에 방패막이로 내세우기도 한다. 특히 그의 폭력 묘사는 죽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세세하게 보여줘 폭력의 잔혹성과 광기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과거 정통 서부..

관계의 종말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 감독의 작품들은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 있다. 걸작 '관계의 종말'(Pat Garrett & Billy The Kid, 1973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서부극을 눈물 나도록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서정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다만 국내 제목을 누가 이렇게 바꿔 놓았는 지 모르겠지만, 황당한 제목이 작품의 진가를 가려 버렸다. 내용은 1850~80년대 실존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무법자 빌리 더 키드와 그를 사살한 보안관 팻 개럿의 숙명적인 대결을 다뤘다. 언제나 그렇듯 페킨파 감독은 죽음의 순간을 특유의 슬로 모션으로 다뤘다. 숨 막히는 긴장의 순간 폭발하듯 총격전이 벌어지고, 선명한 붉은 피를 뿌리며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느리게 묘사한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철십자 훈장'의 슈타이너 상사 액션피겨

최근 액션피겨 명가인 디드사에서 1977년 명화 '철십자훈장'의 슈타이너 상사를 모델로 한 액션 피겨를 내놓았다. 'Eastern Front 1943 Wehrmacht Oberfeldwebel Steiner'는 샘 페킨파 감독의 걸작 영화 '철십자훈장'에서 주인공 슈타이너 상사를 맡은 제임스 코번을 쏙 빼닮았다. 보자마자 제임스 코번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양쪽 볼에 깊게 패인 주름부터 기름한 인상까지 실물 그대로 닮았다. '철십자훈장'은 제 2차 세계대전당시 동부전선에서 구 소련군과 대치한 독일군의 이야기를 샘 페킨파 감독이 독일군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 샘 페킨파는 폭력 미학의 거장답게 강렬한 전투 장면으로 반전메시지를 전한다. '황야의 7인' '대탈주' 등 대작에 출연해 인기를 ..

신시내티 키드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

스트로우 독스 : 어둠의 표적 2011 (블루레이)

샘 페킨파 감독의 '어둠의 표적'(Straw Dogs, 1971년)은 숨겨진 걸작이다. 약자의 분노를 통해 표출되는 인간 내면의 숨겨진 폭력성을 긴장감있게 묘사했다. 그만큼 이를 리메이크한 로드 루리 감독의 '스트로우 독스 : 어둠의 표적 2011'(Straw Dogs, 2011년)도 어느 정도 기대했다. 워낙 원작이 훌륭한 만큼 반 정도만 따라가도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았기 때문. 그런데, 기대에 부응은 커녕 너무 실망스럽다. 그저 배경과 시대, 배우만 바뀌었을 뿐 원작 흉내내기에 급급한 졸작이 돼버렸다. 여기에 원작의 긴장감과 공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원작은 마을 청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학자가 그만의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보는 이의 공감대를 끌어내며 같이 분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