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성동일 4

레슬러

김대웅 감독의 '레슬러'(2017년)는 우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짧은 동영상이 재미있어서 뒤늦게 찾아보게 됐다. 내용은 아들 성웅(김민재)을 혼자 키우는 아버지 귀보(유해진)가 아들과 갈등을 빚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귀보의 꿈은 아들 성웅이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서 레슬러로서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그런데 성웅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짝사랑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성웅은 아버지 귀보에게 반발하며 비뚫어지는 바람에 부자간에 갈등이 깊어진다. 귀보는 부자지간은 물론이고 가영과 관계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본을 쓴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부자간 관계에 초점을 맞춘 휴먼 드라마를 지향하면서 자잘한 웃음으로 이야기..

의뢰인

영화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철민(장혁)은 출장을 다녀왔다가 졸지에 아내 살해범으로 몰린다. 그러나 살해당했다는 아내의 시체는 온데간데없고 방 안에 피만 흥건하다. 이때부터 무죄를 주장하는 철민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하정우)와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체가 없는 상태에서 기소를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검사(박희순)의 대결이 시작된다. 손영성 감독의 데뷔작인 '의뢰인'(2011년)은 본격적인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고 나선 작품이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법정 공방의 틀을 국내의 국민참여재판에 도입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로 압축되는 법정 드라마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밀실 추리극이다. 아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는 아파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아내의 시체를 놓고 모두가 한판 추리..

국가대표 (블루레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다. 예전 같으면 동계 올림픽 종목은 사람들의 관심권 밖이었을텐데,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등 잘 싸운 선수들 덕분에 빙상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 스키점프도 마찬가지. 제대로 된 점프대 하나 없는 곳에서 피눈물나는 연습으로 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이 종목도 관심을 끌었다.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년)는 이 같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핸드볼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 도전기를 다룬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눈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존 터틀터웁 감독의 '쿨러닝'과 궤를 같이 한다. 남들..

국가대표

'국가대표'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오 브라더스' 등 상업적으로 꽤 재미있는 영화들을 줄줄이 내놓은 인물이다. 특히 그는 소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에 강하며, 그 속에 적절하게 휴머니티를 녹여낼 줄 안다. 웃음과 감동. 상업 영화의 흥행 코드 두 가지를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국가대표'도 마찬가지. 그는 각양 각색의 인물들을 통해 스키 점프라는 생소한 동계 스포츠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실제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인물들이 잘 살아 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개성이 뚜렷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캐릭터들이 서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완벽한 융합을 보여준다. 그만큼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이 ..

영화 200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