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성지루 3

바람난 가족(블루레이)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은 제목처럼 온 가족이 바람나서 풍비박산 나는 발칙한 영화다. 변호사 영작(황정민)은 무용가인 아내 호정(문소리)이 있는데도 젊은 여인 연(백정림)과 바람을 피운다. 호정도 자신을 훔쳐보던 이웃집 고교생 지운(봉태규)을 도발해 선을 넘는 연애를 한다. 영작의 어머니(윤여정)는 불치병에 걸린 남편(김인문)을 병상에 놓아둔 채 애인을 사귄다. 이들은 모두 가정에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식을 바깥에서 찾으면서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그냥 무늬만 가족일 뿐이다. 과연 이 정도로 콩가루인 집안이 있을까 싶은데, 임 감독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가족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고 본 것이다. 다만 약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과속스캔들 (블루레이)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년)은 원래 제목이 '과속 3대'였다. 말 그대로 속도 위반으로 모인 가족 3대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신파나 무거운 주제로 흐르지 않고 쿨한 웃음으로 이어진다. 그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30대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가 된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와 20대 미혼모인 딸(박보영), 그리고 손자인 기동(왕석현)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설정 자체가 결코 흔하거나 가벼운 소재는 아니다. 이를 깨알같은 에피소드로 엮어 웃음을 터뜨린 강 감독의 연출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는 물론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 배우들의 연기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한물 간 연예인을 연기한 차태현은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그만큼 이번 배역은 제 몸에 맞는 ..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년)은 차태현을 위한 영화다. 극중 주인공인 라디오 DJ 남현수를 연기한 차태현은 평소 TV 오락프로에서 보여준 모습과 '엽기적인 그녀' '복면 달호' 등의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들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너스레를 떨며 웃기는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고 유쾌한 것은 그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무조건 차태현에게만 전적으로 기대는 것은 아니다. 고교 시절 사고를 쳐서 아들을 낳은 딸 황정남을 연기한 박보영과 그의 아들 황기동을 연기한 왕석현 또한 맛깔스런 양념 역할을 했다. 특히 아역배우 왕석현은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선발됐다던데,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선수답게 표정연기가 아주 훌륭하다. 30대 중반에 할아버지가 된 사내와 ..

영화 200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