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중기 4

오감도

'오감도'(2009년)라는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다섯 감독이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와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라는 이중적인 뜻이다. 이 작품은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등 5명의 중견감독이 하나의 주제를 갖고 각자의 스타일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이들이 정한 주제는 '에로스'다. 아무래도 사랑이 인간의 감각을 총동원하는 일인 데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섯 감독은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부터 배우 섭외, 연출, 편집 등은 각 감독들이 각자의 개성대로 하고 배우들의 각 에피소드 간 교차 출연, 각 에피소드의 소재 선택 등은 모여서 토의를 거쳐 정했다. 따라서 전체 주제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저마다 다른 개성 강한 ..

군함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다찌마와 리' 등을 보며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참 재미있게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했다. 액션을 맛깔스럽게 조합할 줄 알며 여기에 적당한 유머를 버무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더러 B급 정서라고도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도 같은 소리를 듣는 만큼 취향의 문제일 뿐 결코 나쁜 소리는 아니다. 그만큼 류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은 최근 '베테랑'도 그렇고 은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상영 중인 '군함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군함도'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저렇게 왜곡해도 되나 싶었고, 지나치게 표현하면 아픈 역사를 돈벌이의 소재로만 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의 장기인 액션과 유머..

영화 2017.08.11

리오 (블루레이)

어느덧 보름여를 달궜던 런던올림픽도 막을 내렸다. 다음 올림픽의 무대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이 열리는 곳이다.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의 애니메이션 '리오'(Rio, 2011년)는 제목 그대로 리우 데 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실제로 리오에서 태어나 자란 살다나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십분 살려 작품 속 그림으로 녹여냈다. 내용은 남미 희귀 앵무새가 조류 사냥꾼들에게 포획되면서 빠져나오는 내용을 그린 모험담이다. 제작은 '아이스 에이지'로 성공한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그만큼 '아이스 에이지'처럼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간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그림이다. 코파카바나 해변과 산꼭대기 빈민가, 열정적인 ..

티끌모아 로맨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시작된 미국 금융 위기는 유럽을 거쳐 이제 전세계로 확산돼 불황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어디를 막론하고 생산 고용 소비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답을 찾기 쉽지 않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워낙 취업이 힘들다 보니 20대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평균 급여에도 못미치는 월 88만원을 받는 어려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단 20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발표한 국내 1,731만명의 임금 통계를 보면 월급쟁이의 절반 이상이 월 200만원 이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인가족 최저생계비가 149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겨우 생활하는 수준인 셈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87%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