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해성 3

파이란 (블루레이)

최민식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 '파이란'(2001년)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한 작품이다. 별 볼일 없는 아사다 지로의 원작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로 바꿔놓은 것은 송해성 감독의 돋보이는 연출력이다. 송 감독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인물들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절제되며 깔끔한 영상을 연출해 극 중 인물들에게 오히려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조폭 사무실 창 너머로 거친 조폭들의 움직임을 잡은 영상이나 파이란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처음 도착한 장면을 롱샷으로 잡은 장면 등은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더불어 강원도 바닷가 장면 등 화면을 꽉 채우는 서정적인 영상이 돋..

고령화 가족

송해성 감독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걸작 '파이란'이다.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인 최민식이 바닷가에 주저 앉아 오열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영화를 보는 동안 가슴 속에 서서히 슬픔과 감동이 차오르던 '파이란'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 이는 곧 송 감독의 인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깊이있는 탐구가 읽히기 때문이다. 마치 시간이 지날 수록 서서히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같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영화 '고령화가족'(2013년)도 그런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그만의 세계에 빠져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안타까워하던 '역도산'의 자아도취를 버리고 다시 원점인 '파이란'으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가족의 해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늙은 홀어머니 밑에 모인 말썽꾸러기 삼남매가 서로의..

영화 2013.05.18

역도산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2004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다. 주인공 역도산(설경구)이 프로레슬링계의 거목이고, 감독은 전작 '파이란'으로 진한 감동을 주었던 사람이기에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이유는 감독이 바라본 역도산과 관객이 기대한 역도산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감독은 절대 강자의 고독과 외로움 등 역도산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었고, 관객들은 도대체 역도산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궁금해하며 그의 외면을 바라봤다. 감독은 DVD의 음성해설을 통해 진정한 작품의 가치를 몰라준다며 안타까워했지만 관객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1970년대 흑백 TV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 프로레슬링은 전 국민의 오락거리였다. 당연히 박치기왕 김일, 쌕쌕이 여건부와 장영철,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