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슈베르트 3

어느 멋진 일요일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초창기 작품 '멋진 일요일'(1947년)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은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어느 가난한 연인의 일요일 한때 데이트를 다룬 이 작품을 보면 두 사람의 로맨스보다 뒷배경에 눈이 간다. 무너진 건물 투성이인 폐허, 꼬질꼬질한 거지소년, 다 쓰러져가는 판자촌과 암표상 등 요즘 도쿄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의 풍경이다. 실제로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비참했다. 한도 가즈토시가 쓴 책 를 보면 당시 모습이 생생히 기록돼 있는데, 도쿄에서도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전쟁 때 폭격으로 생산시설이 모두 파괴되는 바람에 미 군정은 식량통제법을 만들어 1949년까지 배급을 실시했다. 그러나 1인당 하루 300g의 배급량은 턱없이 부족해 당시 ..

환타지아 SE (블루레이)

언제나 사람들에게 꿈과 낭만을 심어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월트 디즈니는 1940년 '환타지아'(Fantasia, 1940년)로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의 만남이라는 환상적인 결합에 도전한다. 당시 디즈니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성공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기에, 자신의 생각이 큰 성공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갖고 있던 모든 자산을 털어부은 것은 물론이고 1,000여명의 제작진이 3년 간 오로지 이 작품에 매달렸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클래식 사운드를 위해 스테레오가 나오기도 전에 최초의 극장용 멀티시스템인 판타사운드라는 독특한 음향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인 디즈니의 작업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가 얘기한 꿈과 환상은 제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사람들이 돌아볼 여유..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DVD

유명한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Alban Berg Quartett)이 연주한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죽음과 소녀' DVD 타이틀이 나왔다. 아주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한글 자막이 들어간 라이선스반으로 나왔다. 영화도 잘 안 팔리는데, 하물며 클래식 DVD가 팔릴까 싶어서 그랬는지 너무 소리 없이 나와 안타까울 지경이다. 안타까운 까닭은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의 '죽음과 소녀'(Streichquartett No. 14 ‘Der Tod und das Mädchen)는 이대로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최고의 연주기 때문이다. 이 곡을 연주한 악단은 많지만 이들의 연주가 가장 드라마틱하다. EMI에서 나온 이들의 CD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2악장에서 느꼈던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