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토커 3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블루레이)

오랜만에 반가운 블루레이 타이틀이 나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1970년대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년) 블루레이 타이틀이 최근 국내 출시됐다. 예전 TV 명화극장 등을 통해서 본 이 영화는 '벤허'나 '대부' 같은 아카데미상을 줄줄이 탄 명작은 아니지만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는 아주 반가운 숨은 수작이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 카멜시의 DJ가 좋아하는 여성 팬으로부터 지독할 정도로 스토킹을 당하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고통이 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화 '미저리'나 '더 팬'의 원조쯤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토커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이 미국 폭스서치라이트 의뢰로 해외에서 처음 만든 '스토커'(Stoker, 2013년)는 관계에서 오는 긴장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숨겨진 미묘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인은 시동생과 은밀한 접촉을 하며, 시동생은 조카 딸과 야릇한 감정을 나눈다. 이토록 복잡 미묘한 세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빚어내는 긴장과 갈등이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 박 감독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은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깔끔한 편집으로 풀어냈다. 카메라는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 박 감독의 전작을 찍은 정정훈 촬영 감독이 잡았다. 그만큼 박 감독과 호흡이 잘 맞아 이번 작품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선보였..

의혹의 그림자

"악당은 완전히 검은색이 아니고, 영웅도 완전한 흰색이 아니다. 세상은 모두 회색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이런 생각을 갖고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 1943년)를 만들었다. 실제로 영화 속 인물들은 이러한 이중성을 갖고 모호하게 처리됐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의 어느 가족에게 어느날 낯선 삼촌(조셉 코튼)이 찾아온다. 삼촌은 더 할 수 없이 친절하고 점잖은 신사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 지 아무도 모른다. 형사들이 삼촌의 뒤를 캐면서 여주인공 찰리(테레사 라이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빠진다. 결국 의문에 쌓인 삼촌의 정체와 마을의 이중성이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다. 마을의 이중성은 "세상이 불결한 돼지우리라는 것을 아니? 세상은 지옥이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