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티븐 소더버그 7

에로스(블루레이)

2004년 나온 '에로스'(Eros)는 왕가위(Kar Wai Wong),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 3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감독 3명의 서로 다른 시선과 연출 기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 1995년 '구름 저편에' 연출 도중 중풍에 걸려 어려움을 겪으면서 죽기 전에 사랑에 대한 3부작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현실화한 시리즈다. 여기에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향을 받은 후배 감독들이 뜻을 함께 했다. 원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대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참여했다. 결국 이 작품은 2007년 사망한 안..

컨테이젼(블루레이)

홍콩 출장을 다녀온 미국 여인이 열이 나면서 기침을 한다. 결국 고열에 몸을 가누지 못한 여인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남편과 자식을 남겨둔 채 숨을 거두고 만다. 같은 시기 영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도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다. 어떤 사람은 버스 안에서 자는 듯 조용히 숨을 거두고 누구는 호텔 욕실 안에서, 누구는 길거리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최후를 맞는다. 사람들은 급속도로 세계를 휩쓰는 신종 플루 전염병에 속수무책이다. 병원에서는 치료는커녕 감염 원인조차 모른다. 급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보건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급기야 시카고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의 이동이 금지된다. 미국 대통령은..

로건 럭키 (블루레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로건 럭키'(Logan Lucky, 2017년)는 미국의 시골 구석에 사는 촌뜨기들이 미국 최대의 자동차 경주장을 터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이름값 때문이다. 그가 만든 '오션스' 시리즈는 유쾌한 도둑들이 기발한 작전으로 거액의 돈을 훔치는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줬다. 이 작품 또한 그런 반전과 기발한 작전에 대한 기대를 걸고 보게 됐다. 하지만 오션스보다는 아무래도 재미가 반감된다. 이야기의 규모나 내용이나 현실성이 오션스만 못하기 때문. 내용은 미국 최대 자동차 경주장 지하에 들어가서 현금이 오가는 공기 파이프를 터는 도둑들의 이야기다. 이를 위해 다리를 저는 주인공(채닝 테이텀)과 한 손이 없는 상이용사(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

오션스 트웰브 (블루레이)

11명의 도둑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홀라당 털어가는 유쾌한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흠뻑 빠졌다면 속편 격인 '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 2004년)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를 산산히 부서뜨렸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존스, 뱅상 카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무려 12명이나 출연했고, 감독도 전편을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가 다시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이유는 한 가지, 제작진이 스타의 후광에 기대 너무 안이했다. 이야기는 카지노를 털린 앤디 가르시아가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전편의 주인공들을 협박하면서, 주인공 일행이 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쟁쟁한 ..

오션스 13

라스베이거스는 밤에 가야 한다. 밤에는 불야성을 이룬 호텔들이 낮이 되면 탁한 페인트칠과 콘크리트를 드러낸 채 죽어 있다. 마치 화장이 벗겨져 얼굴 가득 주름을 드러낸 퇴기같다. 또 낮에는 어찌나 더운지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밴다. 그러나 밤에는 서늘한 바람과 화려한 조명 덕에 마치 꿈 속을 거니는 것 같다. 따라서 라스베이거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낮보다 밤에 찾아가야 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13'(Ocean's 13, 2007년)은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다룬 사기극이다. 동업자에게 배반당한 친구의 복수를 위해 오션(조지 클루니)과 도둑 친구들이 다시 뭉쳤다. 그들의 목표는 지상 최고의 호텔을 꿈꾸는 윌리 뱅크(알 파치노)를 파멸시키는 것. 소더버그 감독은 1편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