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시고니 위버 11

에이리언 (4K 블루레이)

어려서 외계인하면 떠오르던 생각이 문어 형상이었다. 아마 만화책 등에서 봤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 1979년)은 이 같은 생각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벌레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투구 쓴 개 같기도 한 외계 생명체는 경악 그 자체였다. 자웅동체인 에이리언은 기생충처럼 사람의 몸에 알을 낳아 자라나면 몸을 찣고 튀어나와 사람을 잡아먹는다. 총에 맞으면 금속을 녹이는 강한 산성 피를 흘려 피해를 주는 에이리언은 공포와 충격의 상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SF라기보다 밀실 공포물에 가깝다. 어디로 달아날 곳 없는 우주선 안에서 7명의 대원들이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1분 1초가 보는 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고, HR ..

캐빈 인 더 우즈: 블루레이

원래 쓸데없이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드류 고다드 감독의 공포영화 '캐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2012년)는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미국의 전형적인 슬래셔 무비들처럼 캠핑을 떠난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산골 숲 속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해 무엇인가 건드리게 되고 졸지에 좀비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좀비들의 배후에 도사린 더 큰 공포로 이야기가 확산되며 영화는 기존의 공포물과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적당한 공포와 신화적 이야기가 뒤섞인 현대판 판타지다. 영화를 보면서 뒤로 갈수록 떠오르는 것은 아즈텍 제국이었다. 중세 멕시코에 자리 잡..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투어링 이어즈(블루레이)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투어링 이어즈'(The Beatles: Eight Days A Week - The Touring Years, 2016년)는 비틀스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내용은 비틀스가 열심히 공연에 치중하던 1963년부터 1966년까지 4년간의 라이브 활동을 다룬 기록물이다. 이후 비틀스는 앨범 제작에 집중했다. 비틀스의 공연 기록 영상과 당시 이를 관람했던 팬들, 그리고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의 촬영 인터뷰와 존 레넌, 조지 해리슨의 기록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당시 비틀스 공연을 본 어린 팬들 인터뷰 중에는 지금은 대스타가 된 시고니 위버, 우피 골드버그와 영화감독 리처드 커티스 등이 있다. 놀라운 것은 50여 년 전 기록물인데도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게 ..

에이리언4 (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만든 '에이리언4'(Alien: Resurrection, 1997년)는 돌연변이 같은 영화다. 시리즈 가운데 에이리언의 특성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작품이다. 특이한 신체구조와 생존 방식으로 거의 무적의 생물체로 군림했던 에이리언은 사람과 이종교배되면서 사람도 아니요, 에이리언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돼버렸다. 여기에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갖고 인간과 교감하는 설정은 에이리언 고유의 독창성과 본류에서 어긋난다. 어찌보면 신선한 시도이지만 에이리언 1편에서 맛봤던 강렬한 충격이 씻겨지는 느낌이어서 실망스럽다. 이 같은 일탈은 아마도 4편까지 이어지며 할 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털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은 리플리까지 되살려낸 20세기폭스사는 급기야 감독마저 할리우드가 아닌 프랑스에서..

에이리언3 (블루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에이리언3'(Alien3, 1992년)를 보면 어째 젊은 사람이 저토록 우울하고 음울한 세계관을 가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ILM에서 특수효과와 광고, 뮤직비디오로 이름을 얻은 핀처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 작품 연출 당시 나이는 스물 아홉. 그러나 영화를 보면 중늙은이의 작품 같다. 감옥 행성이라는 사실상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한마리 에이리언과의 사투는 숨막힐 듯한 긴장감으로 보는 이를 압박한다. 버려지다시피해서 이렇다 할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죄수들과 우주선에서 홀로 살아남은 리플리가 주인공이다 보니 자연 영화 속 세계는 어둡고 우울하다. 시종일관 갈색 톤의 음울한 영상은 공포감보다는 황량함과 쓸쓸함을 안겨준다. 폐쇄 공간 속에서 한 마리 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