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신시내티 키드 2

허슬러

로버트 로슨 감독의 명작 '허슬러'(The Hustler, 1961년)는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판 '타짜' 같은 영화다. 타짜의 등장인물들이 화투로 대결을 벌인다면 허슬러의 등장인물들이 대결을 위해 선택한 도구는 당구다. 내용은 내기 당구로 유명한 주인공 에디(폴 뉴먼)가 거물 당구꾼 미네소타 팻(잭키 글리슨)을 만나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에디는 몸과 마음에 고통을 받는 일도 겪고 소아마비를 앓은 여인 사라(파이퍼 로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제목 허슬러는 전문적으로 내기 도박을 즐기는 당구꾼으로, 우리네 타짜에 해당한다.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당구 시합을 참으로 긴장감있게 잡아냈는데, 여기에는 로슨 감독의 이력이 한 몫 했다. 로슨 감독은 젊은 시절 당구에 빠져 허슬러..

신시내티 키드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