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신이 4

색즉시공(블루레이)

윤제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색즉시공'(2002년)은 청춘들의 성담론을 다룬 최고의 섹스 코미디다.걸판진 육담이 오가는 상황을 능청스러운 대사와 연기를 통해 끊임없이 폭소가 터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윤제균 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유머들이 빛을 발했다.컴퓨터의 윈도를 닫으라는 조언에 유리창을 닫는 아저씨 유머도 있지만 임창정이 무스가 없어서 머리에 딸기잼을 바르고 나갔다가 벌어지는 상황은 억지로 웃기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압권은 임창정의 코믹 연기다.좀 어눌해 보이면서 주눅든 청년의 촌스러운 모습을 아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임창정은 '공모자들'처럼 무겁고 진지한 연기도 잘하지만 '시실리 2km'나 이 작품처럼 코미디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난다.이 작품은 임창정표 코미디의 진수..

색즉시공 시즌2

윤제균 감독이 2002년에 선보인 '색즉시공'은 웃음 속에 페이소스가 있었다. 젊은이들의 솔직한 성 담론 뒤에 진정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묻어둬 한바탕 웃고나면 가슴이 짠했다. 그런데 윤태윤 감독의 '색즉시공 시즌2'(2007년)는 전작의 성공이 부담스러웠는 지, 아니면 안전한 성공 요인을 따라가고 싶었는 지 모르겠지만 전작을 답습하고 있다. 윤제균 감독이 각본을 쓴 탓도 있겠지만, 배우와 역할만 달라졌을 뿐 스토리 전개는 전편의 복제나 마찬가지다. 달라진 자잘한 에피소드 몇 개만 갖고 서로 다른 색깔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미미하다. 윤태윤 감독이 '낭만자객' '색즉시공'에서 조감독을 하면서 윤제균 감독의 화장실 코미디 스타일에 너무 젖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전작보다 진일보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

김정민 감독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2008년)는 산드라 블록이 출연한 할리우드의 로맨스 무비와 제목만 같은 대책없는 코미디 물이다. 술만 마셨다하면 필름이 끊기는 유진(예지원)은 어느날 술자리 직후 호텔에서 깨어난다. 같이 밤을 보낸 남자는 온데간데 없고 스위트룸과 고급 와인값이 포함된 240만원이 넘는 계산서만 남아있다. 그때부터 유진은 계산서만 남기고 달아난 남자 색출에 나선다. 본격적인 코미디를 표망했지만 이야기가 참 어정쩡하다. 김 감독 말마따나 세상 모든 영화가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황당하고 억지스러워 공감대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여배우가 김지수에서 예지원으로 바뀌고 감독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에서부터 영화가 흔들렸을 수 있다. 예지원이 대책없이 망가지고 탁재훈이 뜻밖에 진지한 연기를 펼..

여고괴담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1998년)은 우리 공포물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빼어난 수작이다. 감독이 직접 쓴 탄탄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입시위주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났다. 특히 공포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익숙한 이야기와 환경을 다뤘기 때문이다. 화장실 귀신처럼 오래된 학교에 한두 가지씩 떠도는 귀신 이야기와 학교라는 건물이 주는 위압감과 폐쇄감을 적절히 이용했다. 예전 두발 및 교복자율화 이전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유난히 을씨년스럽던 풍경이 떠오른다. 불 꺼진 어두침침한 나무 마룻바닥 복도, 바람에 연통이 흔들리며 끊임없이 울려대던 삐걱거리는 쇳소리, 한낮에도 그늘이 져 해가 들지 않는 외따로 떨어진 화장실 건물, 을씨년스러운 뒷산과 이어진 쓰레기소각장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