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신하균 13

공동경비구역 JSA(블루레이)

1998년 2월, 김훈 중위 사건이 일어났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인 JSA의 벙커에서 경비소대장을 맡고 있던 육사 52기 김훈 중위가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뜻하지 않은 이유로 꽤 관심을 끌었다. 당시 출입처 중 하나였던 현대그룹의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현대정보기술의 김척 사장이 김훈 중위의 아버지였다. 김 사장은 육사 21기로 제1군단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이었다. 당시 SI업체들은 워낙 관급 공사를 많이 맡았던지라 군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다. 군에서는 김 중위가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으나 아버지가 타살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해 지금까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의문사로 남았다. 아버지가 타살을 주장한 이유는 TV 방송에도 많이 보도됐지만 몇 가지 의혹 때문이었다. 현..

악녀 (블루레이)

정병길 감독의 '악녀'(2017년)는 '니키타' ' 콜롬비아나' '한나' 같은 여성 킬러가 원톱 히어로로 등장하는 액션물이다. 여성이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원치 않는 킬러로 나서면서 임무를 맡긴 조직 및 살인 대상과 애증의 갈등 관계를 겪는 내용이다. 기본적인 구성만 보면 '니키타' '한나' 등과 흡사하다. 특히 저격 장면이나 병원 같은 수용소 장면 등은 니키타의 장면들과 아주 많이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등장인물들이 동양인들이고 액션 묘사가 독특하다는 점이다. 초반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1인칭 FPS 게임을 보는 것처럼 주인공이 내지르는 손과 발, 무기가 보이고 그에 맞서 격투를 벌이는 상대가 보인다. 액션캠으로 찍은 듯한 이 장면은 독특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성공..

반칙왕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

도둑들 (블루레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은 특징이 있다. 숨 쉴 틈 없이 속도감있게 몰아치는 이야기 전개와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대사, 그리고 여러 명의 배우들이 떼를 지어 출연하는 스타 캐스팅이다. '도둑들'(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 마카오 부산을 오가며 10명의 도둑들이 300억원대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내용이다. 전지현 김혜수 이정재 김윤석 등 최고의 스타들이 씹던 껌, 펩시, 예니콜 등 재기발랄한 별명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퍼즐같은 대사를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마치 김수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불과 서너 작품 만에 이런 스타일을 만들었으니 최 감독은 좋게 보면 자기 주관이 분명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벌써 자신의 틀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소위 방송..

도둑들

방송가 은어 중에 '쪼(조)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 방송을 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어투나 동작 등 특징이 굳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좋게 표현해 스타일화 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만의 '쪼'가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이어 이번 '도둑들'(2012년)까지 그가 연출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만의 특징이 보인다. 마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처럼 여러 명의 스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정신없이 돌아친다. 대사도 김수현 드라마처럼 관객이 미처 생각할 틈 없이 아귀가 딱딱 맞는 얘기를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특히 주인공들의 팀웍은 강한 자를 몰아치는데 집중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적당한 반전도 연출한다. 히치콕이나 알트만 스타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선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최 ..

영화 201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