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놀드 슈왈제네거 10

킬링 군터(블루레이)

타란 킬램 감독의 '킬링 군터'(Killing Gunther, 2017년)는 포스터로 낚시질을 하는 영화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변으로 잔뜩 총을 든 사람들이 서 있는 표지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면 영락없이 낭패를 볼 수 있다. 내용은 세계 최고의 킬러인 군터를 죽이고 세계 정상급 킬러가 되려는 살인자들의 경쟁을 다룬 영화다. 군터가 워낙 뛰어나다보니 다른 킬러들이 연합해 그를 공격하는 이야기다. 구성은 그럴듯하지만 내용을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구성 자체가 1인칭 시점이다. 킬러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촬영자를 고용했다는 설정인데, 그렇다 보니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한 방향에서만 진행된다. 사건 현장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1인칭 사격게임을 하듯 킬러들의 뒤를..

터미네이터3(블루레이)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3'(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 2003년)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빠질 때부터 기대를 하기 힘든 작품이 돼버렸다. 원작자인 카메론은 할 만한 이야기를 1,2편에서 다했다며 3편 제작을 고사했다. 그 바람에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이 3편의 메가폰을 쥐게 됐으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남이 만든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고, 카메론 감독 말마따나 1,2편에서 어지간한 이야기와 볼거리를 모두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모스토우 감독은 볼거리에 치중해 전편과 다른 구성을 시도하려 했으나 그 조합이 썩 훌륭하지 않다. 기계 집단이 미래에서 과거로 로봇을 보내 저항군인 인류의 사령관을 없애려는 기본 구도는 전편들과 동일하다. 모스토..

고릴라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 국내 발간된 영화잡지 스크린에서 존 어빈 감독의 '고릴라'(Raw Deal, 1986년) 표지를 처음 봤다. 영화를 소개한 기사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피투성이 손으로 권총을 겨눈 사진도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특이한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갔고 제법 강렬한 사진에 마음이 끌렸다. 당시 아놀드는 '코난'과 '터미네이터' 시리즈, '코만도' 등으로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더불어 근육질 액션스타의 쌍두마차였다. 황당한 영화 제목은 아놀드의 우람한 체구와 외모 때문에 붙인 것으로 생각했으나 나중에 영화를 보니 극 중 아놀드가 맡은 잠입요원의 별명이다. 내용은 경찰 가족과 증인이 마피아에게 몰살당한 뒤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활약하는 경찰 잠입요원의 이야기다. 잠입요원이란 홍콩영화 '무간도..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블루레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원안을 쓴 1,2편에서 종결됐어야 했다. 액션과 SF를 적절하게 버무린 이 작품은 1,2편에서 보여줄 것들을 모두 보여줬다. 미래의 기계 인간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와 이에 맞선 인간들의 처절한 싸움은 구성이나 이야기 모두가 기발했다. 여기에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튼 등 세 배우가 보여준 화학적 결합도 훌륭했다. 워낙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다 보니 요즘보다 현격하게 떨어지는 특수효과도 흠이 되지 않았다. 아놀드도 나이가 들고 다른 배우들은 더 이상 예전의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지금 굳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예전 배우들의 젊었던 시절을 되살려가며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1,2편 이후 나온 이야기는 모두 사족에..

익스펜더블2 (블루레이)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 연출한 '익스펜더블2'(The Expendables2, 2012년)는 전편에 이어 1980년대 액션영웅들이 총출동했다. 기존에 출연했던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왈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이연걸, 돌프 룬드그렌 외에 장 클로드 반담, 척 노리스, 리암 헴스워스가 새로 등장했다. 냉전시대 끝물인 1980년대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강한 남성들이다. 전형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었던 레이건 행정부의 지향점이 강한 미국이었던 만큼 이를 반영한 영화 속 주인공도 람보, 코만도 같은 마초들이었다. 이들은 일당백의 능력으로 총알을 피해가며 혼자서 적진을 휘젓고 다녔다. 그만큼 80년대 액션 영화는 줄거리를 떠나 우람한 근육질의 남성이 뿜어내는 호쾌한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