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사다 지로 3

철도원(블루레이)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鐵道員: ぽっぽや, 1999년)은 눈발이 펄펄 날리는 풍경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속에 검은 제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플랫폼에서 오롯이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영상은 한 폭의 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영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영상이 전부인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나 서정적인 연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또한 영상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사다 지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아픔과 회한을 그리고 있다. 일본 단카이 세대는 1960년대 이념적 갈등의 시기인 전공투 시절을 거쳐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가족과 일터를 위해 개인을 버려야 했던 그들은 일과 직장, 가족이 전부였던 세대다..

파이란 (블루레이)

최민식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 '파이란'(2001년)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한 작품이다. 별 볼일 없는 아사다 지로의 원작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로 바꿔놓은 것은 송해성 감독의 돋보이는 연출력이다. 송 감독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인물들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절제되며 깔끔한 영상을 연출해 극 중 인물들에게 오히려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조폭 사무실 창 너머로 거친 조폭들의 움직임을 잡은 영상이나 파이란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처음 도착한 장면을 롱샷으로 잡은 장면 등은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더불어 강원도 바닷가 장면 등 화면을 꽉 채우는 서정적인 영상이 돋..

바람의 검 신선조

아사다 지로(浅田次郎)의 글은 얕은 감정에 의존한다. '철도원'도 그렇고 '파이란'의 원작 '러브레터'도 그렇다. 억지로 울리려는 티가 역력하다. 타키타 요지로(滝田洋二郎) 감독의 '바람의 검 신선조'(壬生義士傳, 2003년)의 원작 '미부기시전'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일본 도쿠가와 막부말 무사집단이었던 신선조의 최후를 그린 이 작품은 가난 때문에 무사 집단 신선조에 가담했다가 사무라이의 의리를 위해 죽어가는 시골 무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렇다 보니 한마디로 신파에 가까운 시대극이 돼버렸다. 중반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와 신선조의 칼부림을 다뤄 제법 볼 만 하나 후반부로 넘어가면 억지로 감동과 눈물을 주려는 의도가 역력해 거부감이 든다.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