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오이 유우 9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블루레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花とアリス殺人事件, 2015년)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하나와 앨리스'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슌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시도했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내용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하나와 앨리스'의 속편이면서 실사 영화보다 이전 얘기를 다뤘다.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나 새로 중학교에 전학 온 아리스(아오이 유우)가 학급에 장기 결석하는 학생인 하나(스즈키 안)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하나는 살해당했다고 알려진 유다와 관련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이들 사이에 왕따를 당한다. 아리스가 비밀을 캐기 위해 하나를 찾아가면서 둘 사이에 묘한 우정이 싹트게 된다. 이렇게 친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

릴리 슈슈의 모든 것(블루레이)

시작은 장난이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자들의 시나리오를 투고받는 시나동이라는 코너를 운영했다.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팀은 여기 올라온 글을 읽고 괜찮으면 현역 프로듀서에게 전달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여기에 직접 쓴 시나리오를 익명으로 올리는 장난을 생각했다. 장난처럼 시작된 영화 실제 올리지는 않았으나 이때 슌지 감독이 쓴 몇 장의 원고가 훗날 '릴리 슈슈의 모든 것'(All About Lily Chou Chou, 2001년)의 원안이 됐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완성되지 않은 원고를 토대로 2000년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방식이 독특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게시판을 열어 놓고 글을 읽은 독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쏟아낼 수 있도록..

허니와 클로버 (블루레이)

우미노 치카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타카다 마사히로 감독의 '허니와 클로버'(2006년)는 미대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영화다. 하지만 10권에 이르는 원작 만화를 2시간에 압축하다보니 이야기가 촘촘하지 못하고 성기다. 인물들의 감정 기복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지 못하고 이야기 쫓아가기에 급급하다보니 공감하기 힘든 작품이 돼버렸다. 원작 만화를 읽고 본다면 어느 정도 인물들에 녹아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징검다리를 건너듯 성큼성큼 진행되는 이야기가 마냥 지루할 수 있다. 특히 남녀간에 얽히고 설키는 감정선의 묘사는 마치 1970년대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늘어진다. 뻔히 전개의 양상이 보이는 데도 답답한 대사와 영상으로 일관한 것은 연출력의 한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칸노 요코의 음악과 ..

백만엔걸 스즈코

타나다 유키 감독의 '백만엔걸 스즈코'(2008년)는 아오이 유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만한 영화다. 청순한 외모 때문에 국내에서 유난히 팬이 많은 아오이 유우는 이 작품에서 세상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여성 스즈코를 연기했다. 뜻하지 않은 일로 짧은 옥살이를 해 전과자가 된 스즈코는 혼자서 재기를 위해 백만엔을 모을 결심을 한다. 집을 나가 여기저기 떠돌며 백만엔을 모으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언뜻보면 한 여성의 고생담 같지만 이 속에는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속앓이들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성적 지상주의 등을 언뜻언뜻 비치는 대사와 에피소드 속에 날카롭게 담아 냈다. 여성 감독답게 단정한 영상 위주로만 흘러가는 영화인 줄 알았..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사람이 살면서 관계라는 것이 원하는대로 딱 맞아떨이지면 좋을텐데, 그러기 쉽지 않다. 만일 모든 인간관계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상대를 간절히 갈구하는 짝사랑이나 부적절한 관계가 이어지는 잘못된 만남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구치 나미 감독의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2007년)라는 독특한 제목의 영화는 숱한 인간관계 중 후자, 즉 잘못된 만남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대학생이 우연히 만난 동안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알고 보니 강의를 맡고 있는 시간 강사인데다 남편까지 있다. 잘못된 관계의 또다른 맹점은 눈에 뭐가 씌워 뜨겁게 사랑을 나눈 만큼 관계를 끊기도 쉽지 않다는 점. 오히려 대학생은 여인에 대해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여자친구는 혼자 속앓이를 한다. 그런 여자친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