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카데미상 7

바베트의 만찬(블루레이)

가브리엘 액셀 감독은 우울한 북구의 풍경 위에 사랑과 감사라는 따뜻한 물감을 풀어놓았다. 그가 만든 '바베트의 만찬'(Babettes Gaestebud, 1987년) 이야기다. 이 작품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로 유명한 덴마크의 여성작가 카렌 블릭센의 단편을 토대로 만들었다. 내용은 19세기 말 프랑스혁명 이후 쫓기듯 덴마크의 작은 마을로 숨어든 바베트라는 여성과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오로지 신에 대한 헌신 하나로 살아온 자매들의 일을 돌보며 살던 바베트가 어느 날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다. 자매는 바베트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가난한 자신들을 곧 떠날 거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는 복권 당첨 기념으로 저녁을 준비할 테니 맡겨달라고 자매에게 요청한다. 아..

피아노 (블루레이)

제인 캠피온 감독은 작품들 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홀로서기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견지해 왔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 바로 '피아노'(The Piano, 1993년)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인 에이다(홀로 헌터)는 아주 척박한 환경에 놓인 외로운 여성이다. 그의 현실을 대변해 주듯 사방이 온통 진흙밭 투성이인 뉴질랜드에서 그는 오로지 딸과 피아노에 의지해 살아간다. 하나 뿐인 남편(샘 닐)은 온통 땅을 사서 넓히는데만 관심이 있고, 에이다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에이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오로지 딸과 수화로만 대화하는 에이다에게 유일하게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는 피아노 뿐이다. 그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피아노는 에이다의 말이자 감정이다..

타잔 SE (블루레이)

올해로 타잔이 100세가 됐다. 원작자인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 올스토리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것이 1914년이다. 잡지에 실린 연도로 따지면 102세이지만 출판 연도로 따지면 100세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기억 속의 타잔은 슈퍼맨처럼 영원한 청년이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흑백TV 시절, 타잔은 600만불 사나이 못지 않은 TV 속 영웅이었다. 막판 기이한 함성으로 코끼리떼를 불러 모아 악당들을 무찌르는 줄거리는 언제나 똑같지만, 근육질 몸을 뽐내며 정글을 나는 듯 이동하는 타잔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좋았다. 타잔이 영화로 제작된 것만 47회이고, TV시리즈도 숱하게 만들어져서 수 많은 타잔이 등장했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보다 타잔으로 기억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블루레이)

제롬 로빈스와 레너드 번스타인 두 천재가 참가했다는 점 만으로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61년)는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타협을 모르는 두 천재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만든 이 영화는 덕분에 이 작품 이전에 나온 뮤지컬영화와 확연히 다른 개성 강한 작품이 됐다. 완벽주의자였던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자신이 머리 속에서 그려낸 훌륭한 안무가 나올 때까지 무용수들을 극한까지 몰아 붙였다. 비록 배우들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고생하고 숱한 NG와 부상에 시달렸지만, 덕분에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안무는 한 편의 드라마같다. 제트파 멤버들이 지하 차고에 모여 일전을 준비하는 군무는 훗날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Beat It'에 모델이 됐고, 제..

겨울왕국 (블루레이)

디즈니 스튜디오는 이전에도 '겨울왕국'(Frozen, 2013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다. 우선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가 1930년대 '백설공주' 성공 이후 또다른 성공작을 꿈꾸며 동화에 기초한 이야기를 찾았다. 이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이끈 9명의 애니메이터, 나인 올드맨 중 한 명이었던 마크 데이비스가 안데르센 동화집을 권했다. 여기서 월트 디즈니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겨울왕국'의 원작인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이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는 1939년 기획단계에서 작품 번호만 붙여놓고 정작 제작을 하지 못했다. 이후 까맣게 잊혀졌던 이 작품이 다시 기획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2002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작품화가 시도됐으나 역시 여의치 않았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