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트록 4

핑크 플로이드의 벽

1980년대 초반, LP를 한창 듣던 고교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듣고 홀딱 반한 음반이 있었다. 바로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이었다. 당시 이 음반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구할 수 없었다. 저항적인 가사 내용 때문에 금지음반이어서 세운상가나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백판을 사서 들어야 했다. 음질도 좋지 않고 더러 튀기도 해서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던 백판이었지만 아주 열심히 들었다. 그만큼 핑크 플로이드의 곡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이 음반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 바로 알란 파커 감독의 '핑크 플로이드의 벽'(Pink Floyd: The Wall, 1982년)이다. 영화도 음반과 다르지 않았다. 영화는 개성을 말살하는 획일화된 교육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위적인 정부에 저..

Rose - 'a Taste of Neptune'

얼마전까지만 해도 쌀쌀하던 날씨가 벌써 덥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풀렸다. 마치 초여름 같다. 1980년대 FM에서는 여름만 되면 자주 틀던 곡이 있다. 바로 전설적인 아트록 명곡 로즈의 'a Taste of Neptune'이다. 특히 황인용이나 전영혁은 7분이 넘는 이 대곡을 간혹 끝까지 틀어줘 음악에 도취하게 만들었다. 70년대 활동한 로즈는 캐나다의 아트록 그룹이다. 캐나다의 불어권 지역에서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클래투, 러쉬 등 아트록/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이 곧잘 등장했다. 로즈도 마찬가지. 70년대 초 리드 기타 겸 보컬 브라이언 앨런이 토론토에서 결성한 이 그룹은 키보드의 론 갤러리, 베이스의 개리 랠론드, 드럼의 켄 킹 등 4명으로 구성됐다. 70년대 중반까지 자비로 음반을 소량 찍어내던 ..

상드로제

프랑스 아트록 그룹 상드로제(Sandrose)의 동명 타이틀 음반은 가장 아끼는 LP다. 1972년 출반 된 이 음반은 몇 장 찍어내지 않아 희귀 음반이 돼버렸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 시완레코드가 라이선스 LP로 소량 찍어낸 적이 있으나 소장한 LP는 라이센스판이 아닌 프랑스 Musea의 원판이다. 이 음반은 희소성 때문이 아니라 여기 담긴 마음 때문에 더없이 소중하다. 몇 년 전 '까당스'라는 음악 모임을 함께 만든 지인이 공교롭게 내 생일에 결혼을 했다. 축하해 주러 결혼식장을 찾은 나는 그에게서 뜻밖의 생일 선물을 받았다. 바로 이 LP다. 워낙 뜻밖이고 귀한 물건이어서 선뜻 받지도 못하고 할 말을 잃었는데, 그는 더없이 사람 좋은 웃음을 웃으며 LP를 건넸다. 그가 이 음반을 어떻게 구했는지 사..

핑크 플로이드-라이브 폼페이 디렉터스 컷

프로그레시브 록의 기둥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폼페이 라이브'(Pink Floyd Live at Pompeii, 1972년)는 독특한 작품이다. 1명의 관객도 없는 무관객 공연이다. 밴드는 1972년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의 원형 극장에서 공연을 가졌고, 이 장면을 애드리언 마빈 감독이 35밀리 극영화 필름에 수록했다. 관객이 없다 보니 카메라의 움직임이 자유로워 멤버의 다양한 표정을 밀착해 잡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앵글을 보여준다. 연주곡은 앨범 'Meddle'에 수록된 'Echos'를 비롯해 초창기 시드 배럿(Syd Barret)의 영향이 강한 사이키델릭 록 성향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3번째 트랙 'A Saucerful of Secrets'은 환각적 연주가 어우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