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프가니스탄 3

론 서바이버(블루레이)

피터 버그 감독의 '론 서바이버'(Lone Survivor, 2013년)는 액션영화라기 보다 '127시간' 같은 재난 영화에 가깝다. 혼자 협곡에 갇혀 사투를 벌인 '127시간'의 청년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적지에 홀로 고립돼 쫓기는 짐승처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그 과정이 참으로 처절하다. 높은 바위투성이 절벽에서 주인공이 살기 위해 맨 몸으로 내리 뛰고 구르는 과정이 어찌나 실감나게 묘사했는 지, 고통이 느껴지는 것처럼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미군의 실패한 작전을 그렸다. 2005년 6월, 미 해병대원들을 죽인 탈레반 부사령관을 잡기 위해 미국은 '레드 윙'이란 작전명 아래 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대원들을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침투시킨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

연을 쫓는 아이

마크 포스터 감독의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 2007년)는 참으로 감동적인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고 자란 할리드 호세이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두 친구의 삶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아미르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핫산과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고 나서 헤어진다. 이후 아미르는 구 소련 군의 침공으로 아프간을 떠나 미국에서 작가로 성공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핫산의 소식을 듣고 탈레반에 의해 죽음의 땅이 돼버린 고향에 돌아가 우여곡절 끝에 핫산 대신 그의 아들을 데려온다. 정작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난 작가가 쓴 작품이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편견과 미국 예찬론이 은연중에 배어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인생 여정은 그 자..

제 9 중대

병사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은 다르다. 장군이나 정치가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쟁은 전략이 우선이지만, 병사들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은 오로지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책이 위대한 전쟁 실록 '잊혀진 병사'다. 절반이 프랑스인이면서 독일군에 자원 입대해 2차 세계대전을 치른 기 사예르가 남긴 회고록인 이 작품은 살아남기 위해 전장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친 병사의 험난한 생존기이다. 표도르 본다르추크 감독의 '제 9중대'(The 9th Company, 2005년)를 보면 기 사예르의 '잊혀진 병사'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상상보다 더 극적인 실화를 다룬 전쟁영화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군의 침공으로 9년째 지옥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곳에 갓 투입된 소련군 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