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석환 2

후궁 제왕의 첩(블루레이)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2012년)은 내용보다 야한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여정이 연기한 후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정사 장면이 제법 수위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떤 청년과 사랑에 빠진 여인이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생이별한 뒤 내시가 된 헤어진 연인을 만나 겪게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절대 권력자인 왕과 그 뒤에서 배후 실세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대비 등이 얽히면서 치정극과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이 함께 얽혀 돌아간다. 그런데 영화의 기본 맥락은 1968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내시'와 많이 비슷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윤정희, 남궁원, 박노식, 허장강 등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명종과 뒤에서 수렴청정한 대비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사극이다. 내..

사랑이 무서워

국내에서 화장실 코미디 연기는 가히 임창정을 따를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우철 감독은 '사랑이 무서워'(2011년)의 주연을 제대로 골랐다. 임창정은 어수룩한 청년 상열 역을 맡아 미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순진한 청년의 사랑을 이용만 하던 여인은 나중에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뻔한 내용을 채우는 것은 임창정 특유의 넉살과 화장실 개그다. 그가 출연한 일련의 작품처럼 똥과 민망한 성적 판타지를 풀어 웃음을 유발한다. 더러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있지만 '색즉시공'에 미치지 못한다. 이야기 또한 예측 가능한 전개로 뒤로 갈 수록 힘이 빠진다. 로맨틱 코미디로 보기에는 러브 라인이 부족하고, 페이소스가 깔린 블랙 코미디로 보기에는 메시지의 전달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