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소니 퀸 4

물의 도시 베니스

피렌체에서 베니스 중앙역까지 기차 이딸로를 타면 2시간30분 가량 걸린다. 베니스(Venice), 즉 베네치아는 흔히 물의 도시라고 한다. 베네치아만 안쪽의 석호 위에 형성된 118개의 섬들을 약 400개의 다리로 연결한 베니스는 많은 건물들이 물 위에 말뚝을 박아 기초 공사를 하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한마디로 물 위에 뜬 집이나 마찬가지인 셈. [베니스의 대운하. 해상무역국가로 자리잡은 중세의 베니스는 십자군 원정에 나서면서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해 동방무역을 확대했다.] 567년 이민족을 피해 달아난 롬바르디아족이 베네치아만 안쪽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6세기말 리알토섬을 중심으로 12개 섬에 마을이 자리잡으며 도시의 틀을 갖췄다. 도시의 중심은 S자를 뒤집은 모양의 커다란 대운하가 뚫..

여행 2017.12.24

희랍인 조르바 (블루레이)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닌 거구의 안소니 퀸은 할리우드에서 대부분 조연배우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주연으로 이름을 떨친 작품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과 마이클 카코야니스 감독의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 1964년)다. 그러고보면 안소니 퀸은 할리우드보다 유럽에서 더 진가를 인정받은 배우다. '희랍인 조르바'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가인 카잔차키스가 제 1 차 세계대전기간 기간에 머물던 고향 크레타섬에서 만난 요르고스 조르바스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쓴 이 소설은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여기에는 조르바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

로스트 코맨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1980년대 대학가 주변에는 사회과학서점이 꽤 많았다. 그들은 당시 금서로 묶여 있던 책들을 대학가에 공급하는 주요 통로였다.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닌 내용들을 당시 군사독재정권은 불온하다는 이유로 금서로 묶었다. 불온하다는 말은 정권 유지에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였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좀 어려웠던 책이 알제리 독립을 위해 몸바쳤던 프란츠 파농의 책들이었다.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검은 피부 흰 가면들' '혁명의 사회학' 등 그가 쓴 책들을 비롯해서 '프란츠 파농 연구' 등 그에 대한 연구서들도 내용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정신과 의사출신이었던 그는 정치적 독립에 정신분석학적인 인간성 회복을 접목한 탈식민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정글피버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의 '정글 피버'(Jungle Fever, 1991년)는 미국의 인종차별을 남녀 관계를 빌어 얘기한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흑인 남성(웨슬리 스나입스 Wesley Snipes)에게 어느 날 백인 여성(아나벨라 시오라 Annabella Sciorra)이 비서로 배치된다. 그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 연정이 싹트며 문제가 발생한다. 흑인 남자는 가정과 직장까지 버리며 여자와 사랑을 택하고 백인 여자는 식구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면서까지 흑인 남자를 따른다. 그렇지만 현실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법, 둘은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스파이크 리는 참으로 냉소적이다.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뿌리 깊은 흑백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