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소니 퍼킨스 2

싸이코(4K 블루레이)

영화 사상 걸작 공포물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작품이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싸이코'(Psycho, 1960년)다. 다중 인격의 젊은이가 벌이는 살인 행각을 다룬 이 작품은 공포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미스테리물의 궁금증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관객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잔혹한 장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포감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점이 놀랍다. 이를 위해 히치콕은 행위 직전에 커트를 넘겨 칼에 찔리는 잔혹한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교묘한 방법으로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검열의 잣대도 피해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공포는 관객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셈이다. 히치콕이 참 영리한 감독이라는 것을 재삼 느낄 수 있다. ..

페드라

재작년 여름에 찾아갔던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늘은 진한 코발트빛이었다. 그 아래 그보다 더 진한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그 위로 태양은 세상을 녹일듯 이글거렸다. 그토록 뜨겁게 타오르던 거리도 밤이면 서늘한 바람 아래 삭아들고, 늦도록 술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 사이로 흥겨운 음악이 흘러 넘쳤다. 자연과 삶이 이토록 열정적이다 보니 페드라 같은 극단적인 사랑과 비극이 나올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스 닷신 감독의 '페드라'(Fedra, Phaedra, 1962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페드라의 비극을 현대물로 옮긴 걸작이다. 신화 속 페드라는 전처가 낳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다. 크레타 섬의 황소머리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영웅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동생인 페드라와 결혼한다. 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