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재홍 3

해치지 않아(블루레이)

손재곤 감독의 '해치지 않아'는 황당무계한 코미디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새로 부임한 법무법인 출신의 변호사 태수(안재홍)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동물을 사 올 방법이 없자 영화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회사에 의뢰해서 그럴듯한 동물탈을 만들고 이를 동물원 직원들이 뒤집어쓴 채 동물 노릇을 한다는 발상이다. 우리에서 멀리 떨어져 보면 잘 안 보이고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벌인 일이다. 태수의 생각은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어 허를 찌르는 역발상이다. 그때부터 동물원 직원들은 북극곰, 사자, 나무늘보, 고릴라가 돼서 사람들을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북극곰 탈을 뒤집어쓴 태수가 갈증을 못 참고 콜라를 마시다가 사람들에게 들킨다. 그런데 오히려 이 ..

풀잎들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영화 '풀잎들'(2018년)은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고, 사랑의 결과처럼 나타나는 결혼에 대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화자인 여주인공(김민희)이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관찰하는 여러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것은 김민희와 이들의 관계다. 김민희가 직접 인연이 얽히는 주변 인물은 동생 커플뿐이다.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김민희는 그저 관찰자의 위치에 머문다. 아마도 홍 감독은 이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견들을 객관화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인연이 얽히는 사람들은 중립적 입장을 갖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밤의 해변에서 혼자(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배우 김민희와 감독의 스캔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다.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영희는 공교롭게 현실처럼 유부남인 감독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용과 현실이 겹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극 중 여주인공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이 마치 힘든 현실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내포하는 듯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스캔들과 작품을 굳이 연결시켜 보지 않으면 작품 속 여주인공의 힘든 사랑이 올곧게 부각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스캔들 때문에 유럽으로 떠난 여주인공이 자신을 추스르는 내용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