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앤 마그렛 3

토미

켄 러셀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 '토미'(Tommy, 1975년)는 영국의 유명 록 밴드 더 후의 동명 록 오페라앨범을 필름에 담은 작품이다. 더 후는 'My Generation' 'Pinball Wizard' 등의 히트곡으로 1960~70년대를 휩쓴 록 그룹이다. 그 중에서도 1969년 발표한 록 오페라 '토미'는 파괴적이고 역동적인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집약됐다. 더 후는 이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제의했으나 거절당하자 켄 러셀 감독에게 다시 의뢰했다. 이후 더 후는 가장 유명한 앨범 '후즈 넥스트'(1971년)를 발표하면서 거대한 콘크리트 직육면체(큐브릭)에 오줌을 갈기고 돌아서는 사진을 앨범 커버로 사용했다. 러셀 감독은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시끄럽고 그다지 친숙해지기 힘..

신시내티 키드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

애니 기븐 선데이 (블루레이)

미식축구는 마초들의 바디 랭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포츠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 1999년)는 바로 육식 동물들의 향연인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다. '남자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혼신을 다해 싸운 뒤 승리감에 쌓여 누워 있을 때'라는 빈스 롬바르디(전 그린베이 패커스 감독, 유명한 슈퍼볼 트로피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의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NFL 경기 뿐만 아니라 돈에 눈이 먼 구단주, 마약과 술에 찌든 선수들, 선수들의 반목과 부상 등 추악한 이면까지 속속들이 파헤쳤다. 실제로 NFL팀의 전속 의사 이야기를 다룬 롭 히젠거와 팻 투메이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세부 사항들이 자세히 묘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