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앤 해서웨이 13

다크 워터스(블루레이)

국민학교 때인지 중고등학교 시절인지 기억은 명확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갖고 싶어 하시던 주방용품 중에 테프론(Teflon) 프라이팬이 있었다. 전이나 계란 프라이 같은 지지고 볶는 요리를 해도 눌어붙지 않는 테프론 프라이팬은 꿈의 주방용기였다. 아무튼 1970, 80년대 테프론 프라이팬의 인기는 그만큼 대단했고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테프론 프라이팬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아먹은 테팔(Tefal)은 떼돈을 벌며 주방용품의 명가가 됐다. 테팔이라는 사명 자체가 테프론과 알루미늄을 섞어서 만든 이름이다. 그만큼 테프론은 테팔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 끔찍한 발암물질 PFOA와 테프론 그런데 2000년대 이후 테프론의 인기는 예전만 같지 못했다. 이유는 테프론의 소재로 쓰인 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

마녀를 잡아라(블루레이)

'마녀를 잡아라'(The Witches, 2020년)는 '백 투 더 퓨처' '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 캐럴' '포레스트 검프' 등 동화 같은 작품을 곧잘 만드는 로버트 저멕키스(Robert Zemeckis) 감독이 로알드 달(Roald Dahl)의 원작 동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로알드 달이 1983년에 펴낸 이 소설은 1990년에 니콜라스 뢰그 감독이 안젤리카 휴스턴을 주연으로 기용해 영화로 만든 적이 있다. 따라서 로알드 달의 원작 동화나 1990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내용은 마녀 집회를 목격하게 된 소년이 할머니와 함께 마녀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로알드 달은 여성 혐오증이 있는 사람처럼 작심하고 마녀들을 못되게 그렸다. 입은 귀까지 찢어져 상어 같은 이빨이 드러나..

인터스텔라(4K 블루레이)

요즘 인류를 괴롭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다시 한번 환경파괴를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성장과 경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로 옮겨오고, 다른 바이러스들처럼 자연스럽게 가축들을 통해 사람에게까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경제개발도 좋지만 정도와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생존을 넘어서는 끝없는 이윤추구가 모두에게 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높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년)도 같은 것을 경고한다. 이 영화는 냉정하게 짚어보면 과학영화이자 우주를 다룬 ..

원데이(블루레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 '원데이'는 독특한 연애소설이다. 1988년부터 20년간 매년 7월15일에 벌어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성 스위딘 축일(Saint Swithin's Day)이라고 부르는 7월15일은 영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다. 사후에 수호 성인으로 축성된 윈체스터 대성당의 스위딘 주교를 기리는 이날 대성당 앞 그의 묘 위에 비가 내리면 40일간 비가 쏟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소설은 이날 두 남녀의 사랑과 운명이 엇갈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교 졸업식에 우연히 만난 동창생인 두 남녀는 하룻밤을 보낸 뒤 만남과 이별을 거듭한다. 어떨때는 애뜻함과 즐거움이 이어지고 어떨때는 무심함과 무관심으로 서로를 찾지 않는다. 그러면서 20년이 ..

더 허슬(블루레이): 여성들의 사기극

크리스 에디슨 감독의 '더 허슬'(The Hustle, 2019년)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애버트와 코스텔로식 코미디 영화다. 뚱뚱이와 홀쭉이의 원조인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상반된 외모와 성격에도 불구하고 콤비를 이뤄 죽이 잘 맞는 희극을 선보였다. 오히려 서로 다른 극단적 외모와 성격의 불균형이 뜻하지 않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불일치의 조화라는 모순된 코미디의 전형을 이룬 셈이다. 이 작품에서 앤 해서웨이와 레벨 윌슨은 애버트와 코스텔로 역할을 한다. 기발한 사기극으로 꽤 많은 돈을 모은 조세핀(앤 해서웨이)은 우연히 만난 초보 사기꾼 페니(레벨)와 짝을 이뤄 부호들을 털기 위한 대형 사기극을 공모한다.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잘 꾸민 그들의 사기극에 여러 남자들이 걸려들어 돈을 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