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앤드류 스탠튼 3

니모를 찾아서 (블루레이)

픽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2003년)가 성공할 것으로 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픽사 내부에서조차 실패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이야기나 캐릭터가 섹시하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가장 큰 난제는 물고기는 표정을 지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고민을 한 끝에, 개들이 눈썹에 해당하는 부위를 움직여 표정을 만들어 내는 점에 착안, 물고기 캐릭터들에게도 눈썹 움직임 같은 효과를 불어 넣었다. 덕분에 밋밋한 물고기들이 다채로운 표정을 가진 배우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이 작품의 또다른 성공 포인트는 빛이다. 바다 속으로 일렁이며 스며드는 빛을 아주 자연스럽게 잘 살렸다. 더불어 바다색도 단일 색이 아닌 다양한 색으로 변화를 주어 형형색색의 바다 ..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블루레이)

소설 '타잔'의 원작자인 미국의 유명한 대중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스는 1900년대 초반 연필깎이 판매원으로 일했다. 그는 연필깎이 광고가 실린 잡지를 더러 집에 가져와 읽곤 했는데, 잡지에 실린 형편없는 대중 소설을 읽으며 자신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35세 나이에 처음 쓴 소설이 1912년 출간된 '화성의 공주'다. 처음에는 망신을 당할까봐 노먼 빈이라는 필명으로 '화성의 달 아래'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후 이 작품이 인기를 끌자 버로우스는 '타잔'의 영화화로 돈을 번 뒤 존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총 11편을 써내 SF판타지 문학의 효시가 됐다. 우주선을 뜻하는 '스페이스십'이란 단어도 원작 소설에 처음 등장했고 여러 종족이 어우러진 외계 생태계와..

월E (블루레이)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월E'(Wall-E, 2008년)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이 깃든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청소하기 위해 우주로 피난을 떠난 인류와 청소로봇을 통해 과소비로 치닫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꼬집었다. 이 작품에는 푸른 지구가 없다. 쓰레기로 뒤덮여 누렇게 변해버린 지구의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은 그대로 환경 오염과 과소비에 대한 경고다. 특히 우주로 피난을 떠난 인류가 편리함에 익숙해져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앉아서만 생활하는 모습은 소름 끼친다. 그 상황에서 스탠튼 감독은 작은 식물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는 인류의 의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곁들여진 로봇의 낭만적인 사랑이 작품을 아름답게 빛낸다. 픽사의 작품답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