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양윤호 2

홀리데이 (LE)

"88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의 일요일. 서울 북가좌동 주택가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집 담장에서 지켜본 탈주범 지강헌의 최후 모습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담배를 꼬나문 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던 적의 가득한 눈빛, 창틀을 부여잡고 폭포처럼 쏟아내던 절규, "사랑받고 싶었다" "생명이 몇 시간 남았는 지 모르지만 따사로운 햇빛을 받고 싶다"는 등... 그리고 유리조각으로 목을 긋기 전 세상을 향해 조롱하듯 날린 섬뜩한 미소까지. 무엇보다 귓가에 선연한 것은 비지스의 팝송 '홀리데이'의 애잔한 선율이다. 지강헌은 경찰에 요구해 받은 테이프를 방안 카세트에 꽂고 한껏 볼륨을 올렸다. 그리고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따라 불렀다. 유리 조각으로 자해하고, 순간..

바람의 파이터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2004년)는 일본에서 극진 가라데를 창설하고 전 세계를 돌며 무술 고단자들과 대결을 벌인 최배달의 젊은 날을 다루고 있다. 방학기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가 원작. 영화는 최배달이 일본에 밀항해 갖은 수모를 당한 끝에 산속에 들어가 혼자 무술을 연마하고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그때부터 그는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도장 격파에 들어간다. 전국 유명 도장을 돌며 무술인들과 싸움을 벌였던 것. 그렇게 이름을 날린 그는 훗날 자신의 경험을 살려 극진 가라데를 만든다. 젊은 날의 최배달을 연기한 양동근은 얼핏 보면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럭저럭 잘 소화했다. 싸움 장면도 그럴듯하게 처리를 해서 그런대로 볼 만하다. 예전 이 영화의 일본 현지 촬영을 취재 간 적이 있는데, 제작 현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