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어네스트 보그나인 3

뉴욕탈출 (블루레이)

가끔 세상에서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가 대표적인 경우다.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인 무역센터를 들이받아 무너뜨리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보면서 '저게 설마 현실일까' 싶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를 예견한 영화가 있다. 존 카펜터 감독의 '뉴욕탈출'(Escape From New York, 1981년)이 바로 그 영화다. 황당한 설정과 치기어린 구성의 B급 정서로 가득한 이 영화가 컬트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911 테러 발생 20년 전에 비슷한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줬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콘솔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의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제작 시점에서 봤을 때 미래인 1997년의 상황을 ..

포세이돈 어드벤쳐 (블루레이)

1970년대에는 '대지진' '타워링' '에어포트' 등 재난영화들이 대거 쏟아졌다. 그중에서 로널드 님 감독의 '포세이돈 어드벤쳐'(The Poseidon Adventure, 1972년)는 대형 재난 영화의 원형 같은 작품이다. 인기 TV 시리즈를 만들던 걸출한 기획자 어윈 앨런이 제작한 이 작품은 타이타닉호처럼 대형 유람선이 거대한 파도를 만나 전복되면서 생존자들이 탈출하는 내용이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생존담을 다룬 볼거리와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얽힌 드라마를 적절하게 섞은 구성은 훗날 이어지는 재난영화의 전범이 됐다. 원래 이 작품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뻔했다. 이 작품을 만든 20세기 폭스사는 '헬로 돌리' '스타' '닥터 둘리틀' 등 일련의 뮤지컬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적자..

와일드 번치(SE)

폭력 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위대한 걸작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1969년)가 골든레이블 DVD로 새롭게 나왔다. 기존판과 달리 영상을 애너모픽 처리했으며 음성해설은 물론이고 2장의 디스크에 걸쳐 수록한 부록에 모두 한글 자막을 집어넣었다. 이 영화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이다. 서부 시대 마지막 무법자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사실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폭력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막판 주인공들이 멕시코 반란군과 벌이는 총격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슬로 모션 처리를 통해 한 편의 군무를 보는 것처럼 처절하면서도 황홀한 그림을 보여준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