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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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블루레이)

대부분의 만화가 그렇듯 디즈니, 정확히 말하면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업'(Up, 2009년)은 황당하다. 풍선을 잔뜩 매달아 집을 띄운 뒤, 소위 날아다니는 집을 타고 남미까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는 누가 생각해도 맹랑하다. 그렇지만 그 황당함 속에 가슴을 녹이는 따뜻함이 들어 있다. 어차피 애니메이션이란 액면 보다는 그 속에 들어있는 정서가 중요하기에,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따뜻함의 본질을 봐야 한다. 이 영화는 노년까지 간직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지, 지금 그 꿈은 어디에 있는 지, 어떻게 됐는 지 되묻는다. 집이 하늘을 날고, 개가 말을 하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가슴 속에 간직하는 저마다의 꿈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품었던 꿈은 ..

픽사 스튜디오가 내놓은 10번째 애니메이션 '업'(Up, 2009년)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닮았다. 단순히 주인공이 78세의 노인이라서가 아니다. 오랜 세월 간직한 꿈을 버리지 않고 노년에도 주저없이 꿈을 찾아 집을 나선 점이 닮았다. 대신 목적을 이루고 난 뒤의 결말은 서로 다르다. 가족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론이다.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그동안 누려온 것을 툴툴 털고 미련없이 떠나야 하기 때문. 대신 '업'의 주인공은 소중한 추억들을 한아름 챙겼다. 그마저도 자신의 절대 가치를 위해서는 미련없이 던지는 용기를 보여준다. '던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을 수록 하기 힘든 행동이다. 소유의 무게만큼 미련도 늘기 때문이다. 그와 비례해 꿈은 바래져 간다. 그것이 ..

영화 200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