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롤 모리스 2

가늘고 푸른 선

1976년 1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도로를 순찰하던 경관이었다. 밤 중에 라이트를 켜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 정차시킨 경관은 자동차로 다가갔다가 운전자가 쏜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마침 순찰차에 타고 있던 동료 여경이 뛰어나와 달아나는 차를 향해 발포했으나 너무 놀라 차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랜들 아담스와 데이비드 해리스 사건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용의자가 잡혔다. 16세 소년 데이비드 해리스였다. 여러가지 말썽을 자주 일으켜 보호관찰 상태였던 해리스는 TV뉴스에 나온 사건 보도를 보고 친구들에게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그는 도난된 차량을 운전한 사실과 총을 버린 장소도 정확히 안내했다...

전쟁의 안개

군사학의 대부인 독일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란 정치의 연속"이라고 주장했다. 전쟁은 국익을 위한 정치의 연장선이니, 당연히 국가를 위한 일로 보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안개가 전쟁의 경과나 결과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이를 경계했다. 전쟁의 안개란 결과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들을 말한다. 미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에롤 모리스가 만든 '전쟁의 안개'(The Fog of War: Eleven Lessons from the Life of Robert S. McNamara, 2003년)는 그런 점에서 의미 심장하다. 이 작품은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를 장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다. 케네디 대통령을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