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고괴담 3

여고괴담5 동반자살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종용 감독의 '여고괴담 5 동반자살'(2009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리면서 부침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공포물이 공포스럽지 않다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내용은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기로 우정 어린 맹세를 한 여고생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같은 맹세를 한 여고생 중에 한 명이 자살하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얘기다. 영화는 도대체 죽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캐내는 미스터리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뜻밖에 사건들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리즈 전반에 깔리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여고생들..

여우계단 - 여고괴담 3

2003년 7월, 윤재연 감독의 '여우계단: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2003년) 언론시사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원래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리즈의 1편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 지, 너무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기시감이었다. 일본 공포물 '링'의 사다코를 연상케 하는 귀신이 창틀을 넘어오고, 가부키 배우처럼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한 귀신들이 출몰하는 장면은 '주온'을 닮았다. DVD 타이틀의 윤 감독 음성해설을 들어오니 여고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익숙한 장면으로 귀신을 떠올릴 것이란 생각에 그 장면을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작 관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3번째 시리즈인 이 작품은 예고가 무대다. 발레를 하는 여고생들 사이에..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년)는 공포물이 아니다. 흥행을 의식해 '여고괴담' 속편 형태로 제목을 붙였지만 내용은 여고생들의 교환일기와 동성애 등을 다룬 성장영화에 가깝다. 차라리 공포물보다 금기시된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강조했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 감독도 이를 의도한 듯 정작 공포물에 가까운 영상들을 대부분 배제해 어중간한 작품이 됐다. 여기에 상영시간의 압박 때문에 상당 부분을 편집에서 드러내다 보니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소수의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비록 공포물로서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기존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여고생들의 문화와 사랑을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