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오드리 헵번 5

로마의 휴일(블루레이)

1955년 국내 개봉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년)은 이탈리아(Italy)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로마(Rome)라는 놀라운 도시를 알렸다. 언감생심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을 꿈도 못 꾸던 시절에 사람들은 그렇게 스크린으로 로마를 구경했다. 이런 사정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권을 발급받아 해외로 갈 수 있었던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른 뒤 자신감을 얻은 전두환 정권에서 19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자유화를 시행한 이후였다. 로마를 제대로 알린 첫 사랑 같은 영화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보다 먼저 만난 로마를 30년이 넘게 스크린으로만 구경했다. 이후 로..

전쟁과 평화 (블루레이)

'자이언트'처럼 원작소설보다 더 잘만든 영화가 있는 반면, 원작소설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화도 있다. 킹 비더 감독의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1956년)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레프 톨스토이가 1864~1869년에 쓴 이 장편소설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때 휘말린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만 600명이 넘는 대작인 만큼 내용이 워낙 방대해 쉽게 줄이기 힘든 작품인데 영화는 이를 약 3시간 20분 분량으로 압축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 전개를 쫓아가기에 급급해 정작 톨스토이가 강조한 메시지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원작의 중요한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룬 삶에 대한 자세다. 귀족의 명예를 중시해 고귀하게 사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안드레이 공작이 전쟁을 겪..

샤레이드

스탠리 도넌 감독의 '샤레이드'(Charade, 1963)는 유쾌한 영화다. 어느날 남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거액의 돈을 찾기 위해 미망인을 중심으로 네 남자가 벌이는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일종의 흥미진진한 보물찾기를 빛나게 해 준 것은 지금은 가고 없는 스타들의 명연이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우아한 연기를 보여 준 오드리 헵번이 아무 것도 모르는 미망인을 맡았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나는 결백하다' 등 히치콕 영화에 나온 미남 스타 캐리 그랜트가 수수께끼의 사나이로 등장한다. 여기에 '대탈주' '황야의 7인'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제임스 코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온 네드 글래스, '총알 탄 사나이' '에어포트' 시리즈 등에 나온 조지 케네디가 두 사람을..

어두워질 때까지

007 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스 영 감독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15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뒤 20대인 제 2 차 세계대전때 전차부대 전차장으로 참전했다. 당시 그는 영화 '머나먼 다리'로 유명한 마켓가든 작전에 참가해 네델란드 아른헴에서 싸웠다. 종전 후 1945년 영화감독을 준비하던 그는 은퇴한 영국군 장교와 부상병들을 위한 자선단체에서 우연히 16세 소녀를 소개 받았다. 전쟁이 끝나 아른헴의 집에 돌아와 어머니를 따라 자선단체에 들렸던 소녀는 바로 오드리 헵번이었다. 헵번의 어머니는 테렌스 영이 아른헴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제작자에게 딸의 출연을 부탁했으나, 제작자는 발레를 배우는 어린 소녀를 출연시킬 수 없다며 거절했..

티파니에서 아침을(블루레이)

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은 영화에서 보여준 패션 덕분에 '오드리 스타일'로 유명하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와 허리를 질끈 조인 긴 스커트를 선보인 '로마의 휴일'과 함께 그만의 또 다른 패션 스타일을 창조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 에드워즈(Blake Edwards)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on Tiffany's, 196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 작품인데도 그가 입고 나온 패션은 꽤 세련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키는 크지 않지만 촬영 당시 40kg도 채 안 되는 깡마른 몸매에 작은 가슴, 인형같이 커다란 눈 등 모델 같은 외모가 이 작품으로 유명해진 지방시(Givenchy)의 패션을 잘 소화해냈다. 그만큼 이 작품은 헵번을 위한 영화다. 그는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