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옴니버스 5

에로스(블루레이)

2004년 나온 '에로스'(Eros)는 왕가위(Kar Wai Wong),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 3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감독 3명의 서로 다른 시선과 연출 기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 1995년 '구름 저편에' 연출 도중 중풍에 걸려 어려움을 겪으면서 죽기 전에 사랑에 대한 3부작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현실화한 시리즈다. 여기에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향을 받은 후배 감독들이 뜻을 함께 했다. 원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대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참여했다. 결국 이 작품은 2007년 사망한 안..

뉴욕스토리

마틴 스콜세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우디 앨런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 감독이 함께 모여 영화를 만들었다. 바로 '뉴욕스토리'(New York Stories, 1989년)다. 이 작품은 세 감독이 각각 따로 만든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기본적으로 맨하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세 사람의 개성이 다르다 보니 각각의 영화가 모두 독특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Life Lessons'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저명한 화가가 동거하는 여인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는 얘기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감독답게 프로콜 하럼의 'White Shade of Pale' 'Conquistador'부터 크림의 'Politiclan', 레이 찰스의 'The Right Time'..

밤의 이야기 (블루레이)

프랑스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셀 오슬로가 다시 그림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 왔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 이후 12년 만이다. 그가 만든 '밤의 이야기'(Les Contes De La Nuit, 2011)는 오려낸 종이 위로 조명을 비춰서 생기는 그림자를 한 컷씩 찍어서 만드는 그림자 애니메이션이다. 오슬로의 전매 특허인 컷 촬영을 이용한 그림자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제작기법과 아프리카나 남미 등 제 3 세계의 설화를 소재로 삼는 점은 여전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많은 작업을 컴퓨터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종이를 오려내는 작업과 조명을 비추고 밝기를 조절하는 작업을 모두 컴퓨터가 대신했다. 여기에 오슬로 감독은 처음으로 입체 영화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기..

메모리즈 (블루레이)

저패니메이션 '메모리즈'(Memories, 1995년)가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극장 개봉도 10여년이 지난 지난해 11월에 뒤늦게 했고, DVD 조차 아예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오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갑다. 특별히 이 작품이 더 반가운 이유는 오래전 봤던 조잡한 비디오 테이프 때문이다.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어서 국내서 이 작품을 구하기 힘들었던 1990년대 후반,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했던 친구가 복사해 준 비디오테이프에 이 작품이 들어 있었다. 일본 LD를 카피한 것으로 알려진 복제 비디오테이프는 화질이 매우 열악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소재와 그림, 음악이 어우러져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준 느낌이었다. 그동안 좋..

사랑해 파리

20명의 영화감독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유는 한가지, 사랑의 도시 파리를 찬미하기 위해서다. 면면들도 쟁쟁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파고'의 코엔 형제, '화양연화'를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등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구 가운데 한 곳을 골라서 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2006년)다. 개성강한 감독들이 모이다 보니 각 편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흡혈귀의 사랑부터 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