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우순실 2

1982 제 6회 MBC 대학가요제

난 1982년에 영화 '친구'처럼 까만 교복을 입었다. 그 해는 일제의 잔재물이라고 꼽히던 검정 교복을 학생들이 마지막 입은 해였다. 일본 순사처럼 목에 후크를 채우고, 금장 쇠단추를 줄줄이 단 검정 교복은 학생복이라기보다 군복의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머리를 스님처럼 '빡빡' 깎고 다녔다. 그러다가 변화가 일었다. 82년, 교복 자유화에 앞서 두발 자유화를 1년 먼저 실시한 것이다. 중학교 마지막 학년이었던 그 해, 학생들은 검정 교복에 길게 머리를 기르고 다녔다. 멀리서 보면 검정 교복에 길게 기른 머리가 영락없는 양아치였다. 그 해에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해방의 느낌을 선사했다. 학생들에게는 두발 자유화를,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야간 통행을 허가했다. 야간 통행? 무슨 소리냐고? 그 시대를 살지 않았..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

매달 글을 쓰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좀 다른 주제였다. '비터 로맨스'. 말 그대로 쓰디쓴 사랑을 다룬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정했다. 원고를 맡고 예전에 봤던 영화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남들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얘기하지만 결말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런 장면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던 여인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던 여인이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는 슬그머니 여인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화난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며 슬픈 표정도 아닌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선다. 그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장희가 만든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