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원빈 5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영화 '아저씨'는 한국판 '레옹'같은 작품이다. 마약에 얽힌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가 위기에 빠지자 이름 모를 이웃집 아저씨가 구하러 나서는 설정이 레옹을 연상시킨다. 주인공 차태식(원빈)도 직업만 다를 뿐 레옹 못지 않은 최고의 살인기술을 지닌 전문가다. 악당들 또한 레옹의 게리 올드만처럼 냉혹 그 자체로 똘똘 뭉쳐있다. 대신 이 영화는 한국적 액션과 원빈이라는 꽃미남 스타로 승부를 걸었다. 날랜 몸놀림과 전광석화 같은 칼부림은 덩치 큰 레옹이 따라오기에는 무리다. 무엇보다 실감나는 액션이 이 작품의 백미. 칼 한 자루 또는 맨 주먹으로 원빈이 펼치는 액션은 눈이 따라가기 힘들 만큼 현란하다. 특히 막판 결투 장면은 숨조차 제대로 못 쉴 만큼 몰아치는 긴장감이 일품이다. 당초 잔혹하다..

영화 2010.08.07

마더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년)는 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남의 자식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마다않는 무서운 모정을 다루고 있다. 엄마가 내뱉는 "우리 아들 발톱의 때만도 못한 새끼가"라는 한 마디의 대사가 이를 함축하고 있다. 바보 취급을 받는 아들(원빈)이 어느날 살인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잡혀가면서 엄마(김혜자)의 고난은 시작된다. 아무도 아들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엄마는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한다. 공포 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선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의 섬뜩한 모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선과 악이 버무려져 있다. 이를 미스테리 소설처럼 재미있으면서 긴장감 넘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김혜자의 뛰..

마더

모성은 위대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거는 일도 마다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투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악마가 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그 위대하고도 무서운 모성을 다루고 있다. 바보 취급을 받는 아들(원빈)이 어느날 우연히 살인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잡혀가면서 엄마(김혜자)의 고난은 시작된다. 아무도 아들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엄마는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한다. 엄마가 상대해야 할 적은 세상의 벽이다. 사람들의 편견과 공권력이 쌓아올린 벽은 개인이 상대하기에는 힘에 부칠만큼 벅차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서 그랬듯 '무대뽀' 정신으로 일관하는 공권력은 무자비한 것은 물론이고 우둔하기 까지 하다. 그 앞에 선 개인은 한 없이 무력하다. 그..

영화 2009.06.01

태극기 휘날리며 (SE)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보면 '친구' '형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 생각난다. '태극기...'를 보고 강남의 사무실로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운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온 유학파인 그는 대뜸 실크 스크린 때문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보통 부드러운 영상을 얻기 위해 실크 스크린으로 햇빛을 걸러내면서 촬영한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물론이고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는 엄청난 야외 세트를 몽땅 실크 스크린으로 덮었다. 그런데 국내에는 엄청난 크기의 실크 스크린이 없다. 돈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실크 스크린은 황기석 감독이 갖고 있던 40미터짜리였단다. 40미터..

우리 형 (SE)

안권태 감독의 데뷔작 '우리 형'을 2004년 9월 20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이 작품은 원빈을 위한 영화다. 제목은 '우리 형'이지만 원빈이 연기한 동생 종현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단순히 동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원빈의 연기가 두드러졌다. 원빈은 '친구'의 장동건처럼 놀라울 만큼 변했다. 불량끼 가득한 동생 역을 맡은 원빈은 진한 부산 사투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건들거리고 주먹 쓰는 연기를 그럴듯하게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모습과 너무 달라 조용한 성격의 형 성현을 연기한 신하균보다 튀어 보일 수밖에 없다. 종현네 가족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콤플렉스의 집합체다. 장남에 대한 홀어머니의 지나친 기대와 이를 감당해야 하는 장남의 부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