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원신연 4

봉오동 전투(블루레이)

봉오동 전투는 청산리 전투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 무장투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20년 6월 7일 중국 지린성 왕칭현 봉오동에서 벌어진 이 전투에서 홍범도, 최진동, 안무 등이 지휘한 독립군 연합부대는 만주 깊숙이 추격해 들어온 일본군 제19사단 월강 추격대를 유인 포위해 섬멸했다. 병력과 무장에서 열세였던 독립군이 기관총과 대포로 무장한 일본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홍범도 장군의 지휘 아래 지리적 특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봉오동은 입구만 트였고 삼면을 높은 산봉우리들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말발굽 형태로 생겼다. 이곳까지 이화일 소대장이 영리한 유도 작전을 벌여 일본군을 끌어들였다. 일본군이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포위된 상태였고 높은 산봉우리에서 내리 갈기는 총탄 세례에 속수무..

용의자

가끔 보면 본말이 전도된 영화가 있다. 스토리, 연기 등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는데 요란한 컴퓨터그래픽이나 눈요기꺼리를 부각해 부족한 기본기를 가리는 식이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2013년)가 그런 영화다. 이 영화의 액션은 아주 화려하다. 러시아의 시스테마 무술을 이용한 북한 특수부대원과 이를 추격하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싸움은 물론이고 자동차 추격전에 총격전까지, 한국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할리우드 액션이 쏟아진다. 특히 계단으로 이뤄진 언덕길을 뒤로 달려내려오는 자동차 추격전은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차가 허공에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아 떨어지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정신없이 액션을 몰아치는 것은 좋은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영화 2013.12.28

구타유발자들

원신연 감독의 '구타유발자들'(2006년)은 다분히 연극적인 영화다. 강원도 산골 개울가라는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통털어 8명 뿐인 배우들이 지지고 볶는다. 열려 있는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달아날 수 없는 상황은 밀실에서 느끼는 폐쇄공포증같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화의 주제가 낯선 곳에서 느끼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다보니 긴장감의 강도가 만만찮다. 내용은 여제자를 유혹하려고 낯선 산골로 들어간 대학 교수가 뜻하지 않게 지역 불량배들을 만나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을 그렸다. 여기에 돌발변수처럼 동네 경찰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영화는 습관처럼 때리고 맞는 폭력의 내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때린 사람은 경찰이 되고 맞던 사람은 또 맞는다"는 한석규의 대사는 때리고 맞는 사..

세븐 데이즈

원신연 감독의 '세븐데이즈'는 꽤 잘 만든 스릴러다. 유괴 사건 속에 살인 사건을 집어넣는 복잡한 방식의 액자식 구성을 선택했는데도 두 가지 사건이 얽히지 않고 하나의 줄기를 향해 일관되게 흘러간다. 그만큼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고 연출과 편집이 긴장감 넘친다. 원 감독의 타이트한 연출도 돋보였지만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가 우수하다. 원래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윤제구 감독 작품이다. 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 뒤 지난해 김선아를 주연배우로 기용해 '목요일의 아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감독과 주연배우가 불화를 빚으면서 제작이 중단됐고 급기야 제작사는 김선아와 소송까지 벌였다. 바톤을 이어받은 원 감독은 원래 스턴트맨 출신. '피아노맨' 무술감독, '넘버3'의 무술담당, '여고괴담' 등에서..

영화 200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