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원표 4

촉산

'촉산'(蜀山, 1983년)은 서극 감독의 '디 워' 같은 영화다. 흔히 홍콩의 스필버그로 불리는 그는 항상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를 꿈꿨다. 중국 영화 전통의 사극이나 무협 장르를 살리면서 여기에 할리우드처럼 특수효과를 가미해 대작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으나 불운하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서극 감독에게 좌절을 안긴 실패작이지만 그에게 전환점이 된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서극은 이 작품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더 이상 기존 영화사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전영공작소라는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만들기 위해 설립한 이 곳에서 그는 오우삼, 정소동 같은 감독들을 발굴해 홍콩 누아르 시대가..

프로젝트A (블루레이)

성룡이 각본을 쓰고 주연, 감독까지 한 '프로젝트A'(Project A, 1983년)는 성룡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은 영화다. 워낙 이소룡을 좋아했기 때문에 '취권' '사형도수' 등 원숭이처럼 천방지축 날뛰는 액션으로 일관한 성룡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는데, 개봉 당시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성룡을 다시 보게 됐다. 해적을 소탕하는 홍콩 경찰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합이 잘 맞는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같다. 성룡 특유의 익살과 정교한 액션이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특히 부상을 마다않고 스턴트맨 없이 성룡이 직접 연기한 무술은 고난도 아크로배틱에 가깝다. 이 작품이 성공하며 4년 뒤 속편도 등장했고, '폴리스스토리' '용형호제' 시리즈 등 성룡의 부상이 화제가 된 히트작이 줄줄이 나온다. 아무튼 무술..

용쟁호투 (블루레이)

올해는 이소룡이 태어난 지 70주년 되는 해다. 1940년 11월27일생인 그가 만약 살아 있다면 그는 70세 노인이 됐을 것이다. 1970, 80년대에 학교를 다닌 대부분의 남학생들에게 이소룡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영웅이었다. 이소룡이 활동한 70년대 중반에는 국민학생이어서 그의 영화를 제대로 못봤지만, 중학교를 다닌 80년대 초반까지도 국내에서는 이소룡 영화가 상영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중학교 1학년때인 1980년이었다. 이미 이소룡이 죽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당시 동시 상영관에서는 이소룡의 '사망유희'와 '정무문' 등을 열심히 틀어줬다. 그의 영화가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배우이기 이전에 진정한 무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절권도라는 무예..

BB프로젝트

성룡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게된 것은 1978년에 나온 '취권'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성룡은 영화에 숱하게 출연했다. 이소룡의 영화 '정무문'(72년), '용쟁호투'(73)에도 단역으로 나오지만 그가 성룡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취권' '사형도수'의 히트 이후였다. '취권'이후 어언 28년. 무려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한 시간이니, 성룡이 변하지 않았다면 말이 안된다. 진목승 감독의 'BB프로젝트'(Project BB, 2006년)는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간 야속한 세월을 성룡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더벅머리 청년이 눈꺼풀이 가라앉기 시작한 50대 중년 아저씨가 됐다. 성룡은 이 작품에서 고천락과 콤비를 이뤄 도둑으로 나온다. 유괴를 의뢰받고 아기를 데려온 두 사람이 아기에게 정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