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윌 패럴 3

메가마인드 (블루레이)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빛나듯, 악당 또한 영웅이 있어야 제 역할이 산다. 그래서 악당이 영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톰 맥그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Megamind, 2010년)는 이처럼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웅이 사라진 도시에서 무료해진 악당이 돋보이기 위해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 하지만 정작 초능력을 부여받은 영웅은 정의의 사도 역할을 버리고 악당보다 더 못된 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영웅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 유럽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신선한 내용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기본적인 히어로물의 설정을 뒤집은데 있다. 악당 속에서 선함을 찾고 영웅의 권태와 타락을 다루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 하지만 가족 영화의 한계상..

호기심 많은 조지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애니메이션들은 참 단순했는데도 인기가 많았다. 이분법적 선악구조라는 구성도 그랬지만, 그림 또한 간단한 선과 몇 가지 색이 전부였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이니 당연했을 지 몰라도 그 단순함 속에 사람의 생각이 스며들 수 있는 여백이 있어 좋았다. 요즘 실사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그래픽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눈은 호사하지만 사고의 틈이 생기지 않아 숨미 막힐 때가 있다. '호기심 많은 조지'(Curious George, 2006년)는 컴퓨터 그래픽 시대에 만든 단순 2D 애니메이션이다. 어린이들의 동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단순한 선과 원색 위주의 영상은 어린 시절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작은 한스 레이와 마그렛 레이 부부의 동화다. 전세계 17개국 언어로 번역돼..

엘프

지금은 매체가 많이 늘어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한가한 기자시사회도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없거나 화제작이 아닌 경우다. 특히 외국 코미디가 심한 편이었다. 의례히 별거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자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기대 이상의 훌륭한 작품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키스만 50번째'와 '엘프'(Elf, 2003년)가 대표적이다. 존 파브로(Jon Favreau) 감독의 '엘프'는 얼마 안 되는 기자들이 모여서 보고 다들 호평했던 훌륭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다룬 코미디가 그렇듯 내용은 간단하다. 우연히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로 기어들어간 아기가 북극의 산타클로스 마을에 떨어지며 요정들과 함께 자란다. 뒤늦게 요정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