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아인 5

국가부도의 날(블루레이)

최국희 감독의 '국가부도의 날'(2018년)은 1997년 발생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다루고 있다. 가상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IMF 사태에 이르기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 준다. 특히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재정국 차관(조우진), 청와대 경제수석(김홍파), IMF 총재(뱅상 카셀) 등을 통해 IMF의 구제금융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이를 둘러싼 정책 대립을 다뤘다. 또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진호), 금융인 윤정학(유아인) 등을 앞세워 IMF 사태로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들의 삶을 묘사했다. 최 감독은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워낙 중요한 IMF 사태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다뤄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적 사실을 너무 왜곡했다는 점이다...

베테랑 (블루레이)

정의감에 불타는 외골수 형사가 못되먹은 재벌 2세를 혼내주는 내용의 류승완 감독 작품 '베테랑'(2015년)을 보면 대뜸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0년 맷값 폭행으로 유명한 최철원 당시 SK M&M 대표 사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인 최 전 대표는 인수한 업체의 탱크로리 기사가 화물연대 노조 탈퇴를 하지 않고 버티자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준 뒤 폭행죄로 구속됐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공교롭게 영화 속 회사는 이니셜도 SK와 비슷하고 이동통신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써 얘기하지 않아도 대번 최 전 대표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비단 최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곳곳에 재벌가에 얽힌 '그랬다더라' 식 사..

사도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한(恨)과 정(情)이다. 원망과 분노가 응어리진 것이 한이라면 끈끈한 정서적 유대와 따뜻한 인간애가 버무려진 것이 곧 정이다. 우리네 민족 정서이기도 한 한과 정은 그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 관계 속에 곧잘 표출된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 일행이 빚는 갈등과 '님은 먼 곳에'에서 시어머니 구박 속에 버티던 며느리가 남남 같은 남편을 찾아 월남으로 떠난 것도 기실 따져 보면 한과 정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에서 매니저와 한물 간 스타의 관계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에 내놓은 '사도'(2015년)도 마찬가지다. 비정한 아비가 된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해 끈끈하게 그려낸..

영화 2015.09.26

완득이 (블루레이)

이한 감독의 '완득이'(2011년)는 배우의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깊은 속내를 거친 말투로 표현하는 선생 동주를 연기한 김윤석이나 다문화가정의 아이 완득이를 맡은 유아인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가 제대로 살았을까 싶다.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는 실제 생활을 보는 것 처럼 자연스러웠다. 그 덕분에 원작에서 비중이 많지 않은 동주는 영화 속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가난과 장애, 다문화가정이면서도 결손가정인 집안에서 자란 18세 고교생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치 우리 시대의 질곡을 모아놓은 축소판 같은 설정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긴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원작과 영화가 권투선수의 잽처럼 가벼운 스..

완득이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말썽꾸러기 불량학생과 이를 계도하는 선생의 이야기는 1970년대 학창물이래 쭉 이어져온 레파토리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주제를 달리 하려면 갖가지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잘 살려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한 감독의 '완득이'는 성공적이다. 김려령 작가가 쓴 원작 소설의 힘이 크겠지만, 글에서 보여줄 수 없는 역동적인 모습들은 이한 감독이 잘 살렸다. 예를 들어 주인공 완득이를 연기한 유아인의 킥복싱 장면이나 시종일관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옆집 아저씨, 빠르고 거친 말투 속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메시지를 전하는 김윤석이 연기한 담임교사 동주 등의 모습이 그렇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다. 일부러 극적인 이야기를 끼워 넣지도,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멋있는 액션을 삽입하지도 않았다..

영화 201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