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인영 2

베테랑 (블루레이)

정의감에 불타는 외골수 형사가 못되먹은 재벌 2세를 혼내주는 내용의 류승완 감독 작품 '베테랑'(2015년)을 보면 대뜸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0년 맷값 폭행으로 유명한 최철원 당시 SK M&M 대표 사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인 최 전 대표는 인수한 업체의 탱크로리 기사가 화물연대 노조 탈퇴를 하지 않고 버티자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준 뒤 폭행죄로 구속됐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공교롭게 영화 속 회사는 이니셜도 SK와 비슷하고 이동통신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써 얘기하지 않아도 대번 최 전 대표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비단 최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곳곳에 재벌가에 얽힌 '그랬다더라' 식 사..

아버지와 마리와 나

이무영 감독의 '아버지와 마리와 나'(2008년)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마리와 나'는 마리화나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우리는 마리화나로 표기하지만 미국에서는 마리와나로 발음한다. 이 감독은 이 같은 중의적 표현을 일부러 노렸다. 극중 건성(김흥수)의 아버지 태수(김상중)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교도소를 다녀온 록가수다. 배경과 제목이 말해주듯 건성의 집안사는 결코 순탄치 않다. CJ엔터테인먼트의 HD 장편영화 프로젝트 사업으로 추진된 이 작품은 이 감독이 70년대 유명 포크가수 한대수의 음악관에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 과거 포크 음악이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플라워 무브먼트의 한 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목과 구성은 단순 과거로의 회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종 에피소드 속에 슬쩍 묻어나는 대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