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하 4

강남1970 (블루레이)

유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며 기획한 거리 3부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 1970년대 서울의 강남 개발 붐을 타고 이권에 눈이 먼 정치가들과 조직 폭력배들이 불나방처럼 달려 들어 충돌하고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 등 3부작의 앞 이야기들이 개인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작품은 강남 개발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저변에 깔아 놓은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과정을 농밀하게 그리지 못하고 두 깡패의 피비린내 나는 충돌만 부각시킨 듯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과정은 마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카지노'를 연상케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개발 과정에 뛰어든 갱단 패거리들이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블루레이)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년)는 계몽적이거나 위선적이지 않아서 좋다. 올바른 사랑이나 인생의 참된 가치관에 대해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당시 세태를 솔직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만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결혼 따로, 연애 따로인 현대 남녀의 솔직한 사랑을 다뤘다. 제목은 역설적으로 결혼이 여러가지 조건을 따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진실된 사랑보다는 조건이나 형식에 얽매인 결혼제도의 맹점을 꼬집는다. 유하 감독의 이런 비판적 현실관은 나중에 '말죽거리잔혹사'를 통해 학교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위선적 폭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결혼 제도에 대해 지극히 냉소적인 판타지다. 여주인공이 두 집 살림을 하는 이유도 조건에..

하울링

개를 살인 교사에 이용하는 이야기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바스커빌가의 개'였다. 아더 코난 도일 경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인 이 작품은 지옥의 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늑대개가 사람을 잇따라 물어죽이는 연쇄살인을 다룬 유하 감독의 '하울링'도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가 사람의 목줄을 물어뜯는다는 설정은 그럴 법 하기에 섬찟하다. 다만 주변에서 늑대개를 본 적이 없기에, 이들을 훈련시켜 살인무기로 쓴다는 설정이 가능한 지 모르겠다. 과학적 진실과 개연성을 떠나 일본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소재의 참신함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늑대개라는 설정은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가까이지낸 가축인 개와..

영화 2012.02.18

비열한 거리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2006년)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뒤를 잇는 폭력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이 학생들 사이에 빚어지는 날 것 그대로의 우발적 폭력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직업처럼 폭력을 일삼는 조폭들의 간교한 폭력을 그렸다. 직업적인 폭력이란 결국 돈이 달렸다는 소리. 유 감독은 한 푼의 돈을 위해 서로 속고 속이며 손바닥 뒤집듯 배신을 일삼는 조폭들의 간교함을 통해 폭력의 비열함을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말죽거리 잔혹사'가 '친구'처럼 과거 학창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반면 '비열한 거리'는 하드보일드 소설처럼 너무 작위적이다. 무엇보다 조인성이 미스 캐스팅이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조폭 역할로 안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의 몰입도와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