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드리스 엘바 4

몰리스 게임 (블루레이)

몰리 블룸(Molly Bloom). 2013년 미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이름이다. 1978년 4월 콜로라도의 러브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스키를 타서 올림픽 출전이 기대된 모굴 스키 분야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비운의 사고로 죽을 뻔한 일을 겪은 뒤 스키를 그만뒀다. 그는 운동만 잘한 것이 아니라 공부도 잘해서 로스쿨 진학이 유력한 수재였다. 하지만 그는 고된 선수생활에 지쳐 1년간 쉬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을 미루고 따뜻한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여급 생활을 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생활 안정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으나 고용주인 변호사가 유명한 노름꾼이었다. 변호사는 회원제로만 운영하는 비밀 포커판을 만들어 유명한 기업인과 연예인들을 ..

정글북 (블루레이)

존 파브로 감독의 영화 '정글북'(The Jungle Book, 2016년)은 이렇다 할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벤 킹슬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줄줄이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대신했지만 얼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제대로 배역을 맡아 얼굴을 드러낸 인물은 주인공 모글리를 연기한 10세 소년 닐 세티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보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딱히 흥행 보증 수표 노릇을 할 스타가 얼굴을 내밀지 않고, 할리우드에서 금기시하는 어린애와 동물들 위주로 진행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전적으로 할리우드의 기술력 덕분이다. 실제 인도의 정글보다 더 환상적인 비경을 보여주는 울창한 정글과 실제 동물들 못지 않게 사실적인 움..

토르: 다크월드 (블루레이)

북구 신화를 바탕으로 한 토르는 여느 슈퍼히어로물과 달리 신이 주인공이다. 그만큼 상대 또한 강력하다. 단순히 돈에 눈이 먼 악당이 아니라 행성을 통채로 파괴하고 우주를 뒤집어 엎으려는 야욕을 지닌 신에 가까운 괴물이다. 이 둘이 만나 대결을 벌이는 만큼 엄청난 파괴력이 불을 뿜는다. 이것이 전편에 이어 후편을 관통하는 토르의 기본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앨런 테일러 감독의 '토르: 다크월드'(Thor: The Dark World, 2013년)는 전편 만큼 인물의 결이 섬세하게 묘사되지 못했다. 전편이 세익스피어 전문배우인 케네스 브레너가 감독을 맡아 등장인물들 간에 관계가 빚어내는 갈등과 캐릭터의 성격을 요란한 액션 속에 잘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늘어지는 이야기 속에 캐릭터들이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퍼시픽 림 (블루레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Pacific Rim, 2013년)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특촬물을 보는 듯 하다. 마치 '고질라'와 '트랜스포머'를 섞어놓은 듯한 내용은 그다지 독창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거대 로봇이나 괴수 모두 창조적인 아이디어라고 주장하지만 저패니메이션의 로봇물과 괴수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이 같은 작품들의 팬이다 보니 결국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비싼 돈을 들여서 다시 만든 특촬물을 보는 것 같다. 문제는 독창성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한 술 더 떠 유치하기까지 하다. 차별화를 위해서 두 명의 조종사가 서로 싱크로나이즈를 통해서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택했는데, 마치 2인 댄스를 보는 것처럼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