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란 4

천국의 아이들(블루레이)

마지드 마지디(Majid Majidi)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천국의 아이들'(Bacheha-Ye Aseman, 1997년)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란 영화다. 가난한 소년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 Amir Farrokh Hashemian)는 심부름을 갔다가 수선을 맡긴 여동생 자라(바하레 세디키 Bahare Seddiqi)의 신발을 잃어버린다. 알리는 너무나 어려운 집안 형편을 알기에 차마 부모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발을 동생과 나눠 신으며 힘들게 학교를 다닌다. 오전에 동생이 수업을 마치고 뛰어오면 바삐 그 신발을 신고 오후에 학교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아이들 마라톤 대회 소식에 운동화가 3등 상품으로 나온다. 이를 알게 된 알리는 3등을 목표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너무 잘 달려..

아르고(4K)

때로는 현실이 더 거짓말 같을 때가 있다. 배우 벤 애플렉(Ben Affleck)이 주연하고 감독까지 맡은 영화 '아르고'(Argo, 2012년)는 거짓말 같은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오랜 세월 철권통치를 일삼던 무하마드 리다 팔레비 국왕이 쿠데타로 쫓겨난 뒤 이란은 혁명세력이 장악한다. 호메이니로 대표되는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세력은 미국을 등에 업고 폭정을 일삼은 팔레비 때문에 미국에 적대적이다. 그 바람에 테헤란에 있던 미국 대사관은 혁명 세력의 공격을 받고 직원 60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 중 6명만 겨우 몸을 빼내 캐나다 대사관저로 피신한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미국 정부는 극비리에 이들을 구할 방법을 세운다. 그래서 CIA의 인질구출 전문가 안토니오 멘데스가 고안한 방법이 장소 헌팅을 온 할리..

페르세폴리스

마르잔 사트라피와 뱅상 파로노가 공동감독한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2007년)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래픽 노블로 유명한 마르잔 사트라피의 동명 원작을 언더그라운드 애니메이터인 뱅상 파로노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내용은 팔레비 왕정이었던 1978년부터 호메이니의 혁명 기간까지 16년간 이란의 모습을 담았다. 실제로 이란에서 나고 자라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한 사트라피의 자전적 경험이 대부분 녹아 있다. 온 몸을 검은 차도르로 가리고, 미국 문물을 모두 거부당한 채 암흑같은 혁명기를 살아야 했던 소녀는 유학을 가서도 이방인으로서 살아야 하는 또다른 아픔을 겪는다. 결국 이란으로 돌아오지만 완고한 종교가 지배하는 강압적인 체제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결혼까지 실패해 결국 이..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블루레이)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Nader And Simin, A Separation, 2011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란 영화다. 이 작품이 낯설은 이란 영화인데도 국내에서 관심을 끈 것은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고, 제 6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제 84회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각각 받았기 때문이다. 베를린영화제는 물론이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란 영화가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서방 국가들이 정치 경제적으로는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사실상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문화적으로 회유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작품의 수상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역설적인 것은, 해외 수상을 비난한 이란 정부가 제작비를 일부 지원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