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민정 2

원더풀 라디오

같은 라디오를 소재로 어쩜 이렇게 극 과 극에 놓인 작품을 만들었을까. 권칠인 감독의 '원더풀 라디오'(2012년)를 보면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가 떠오른다. '원더풀 라디오'는 왕년 인기 걸그룹 멤버였으나 지금은 한 물 가서 DJ만 하는 여가수(이민정)가 성질 고약한 PD(이정진)를 만나 티격태격 끝에 인기도 얻고 사랑도 얻는 내용이다. '원더풀 라디오'와 '라디오스타'는 한 물 간 스타가 라디오DJ로 돌아서는 구성이 비슷하다. 못된 성질머리 누르고 주변 사람들과 융화하며 노래로 재기하는 과정도 닮았다. 그런데 '라디오스타'는 진한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데 비해 '원더풀 라디오'는 더 할 수 없는 유치함으로 황망하게 만든다. 이유가 뭘까. '라디오스타'처럼 기름기 쫙 뺀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

영화 2012.01.06

시라노 연애조작단

어려서 TV에서 본 흑백영화 '시라노'는 참으로 슬픈 영화였다. 1950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우스꽝스럽게 코가 큰 검객 시라노가 다른 사람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이야기다. 하필 연애 편지의 대상은 시라노가 사랑하는 여인. 못난 외모 때문에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시라노의 대필 덕분에 남자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시라노는 끝까지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면서 시라노와 함께 참전한 남자가 죽고 만다. 시라노도 중상을 입었지만 남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사랑하는 옛 여인을 찾아간다. 그제사 여인은 뒤늦게 편지의 주인공이 시라노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시라노는 숨을 거두고 만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가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로 다시 ..

영화 201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