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병우 4

연애의 목적(블루레이)

'연애의 목적'(2005년)은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고윤희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재림 감독이 만든 영화다. 말 그대로 남녀가 연애를 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이 작품은 도발적이면서 직선적인 대사가 매력이다. 어느날 한 고교에 여자 교생(강혜정)이 새로 온다. 첫날부터 이 교생에게 호감을 갖게 된 남자교사(박해일)는 집요하게 집적거린다. 둘 다 애인이 있지만 교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교생과 교사의 위험한 줄타기가 벌어진다. 언뜻보면 성인들의 도 넘은 사랑 놀음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권력을 이용한 성적 억압 문제로 다가선다. 물론 진행되는 과정을 놓고 보면 이를 올곳이 성평등 문제로 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는다. 인물들의 대사를 들어보면..

장화,홍련 (블루레이)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년)은 참으로 묘한 영화다.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탐미적인 아름다움이 곳곳에 도사린 작품이다. 제목은 계모에게 구박받는 장화 홍련의 전래 설화를 연상케 하지만, 모티브만 빌려 왔을 뿐 내용은 설화와 다르다. 뒤틀린 가족관계가 가져오는 긴장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사건의 윤곽을 모호하게 처리해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그만큼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의 분위기를 지녔으며서도 엄마 잃은 자매의 슬픔을 간직한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아름다운 미술이다. 인물의 의상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배경의 강렬한 색감과 꽃무늬 벽지와 가구의 배치 등이 하나의 정물화를 보는 것처럼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극단적 콘트라스트를 추구해..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블루레이)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내용이 야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조선시대 풍속을 재현한 의상과 음식, 풍경 등 갖가지 볼거리가 화사한 색감으로 수놓듯 펼쳐진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실제 고증을 거쳤고, 현재 제일모직 전무로 있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정구호씨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해 '구호' 브랜드에서 보여준 패션감각을 배우들의 의상과 각종 소품 등에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이 작품은 색이 곱다. 배우들이 입고 나온 파스텔톤의 의상부터 진한 원색까지 손대면 그대로 묻어날 듯 색이 선명하다. DVD 타이틀에서는 극장에서 본 색이 제대로 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블루레이는 근접한 느낌이다. 영화의 기본 내용은 조선시대 바람둥이 양반..

마더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년)는 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남의 자식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마다않는 무서운 모정을 다루고 있다. 엄마가 내뱉는 "우리 아들 발톱의 때만도 못한 새끼가"라는 한 마디의 대사가 이를 함축하고 있다. 바보 취급을 받는 아들(원빈)이 어느날 살인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잡혀가면서 엄마(김혜자)의 고난은 시작된다. 아무도 아들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엄마는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한다. 공포 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선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의 섬뜩한 모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선과 악이 버무려져 있다. 이를 미스테리 소설처럼 재미있으면서 긴장감 넘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김혜자의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