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브 몽탕 3

암흑가의 세 사람

"이 세상 사람은 모두 유죄야." "경찰도 말인가요?" "물론이지."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느와르 감독 장 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 사람'(Le Cercle Rouge, 1970년)에서 경찰서장이 수사관과 나누는 대화다. 믿음과 배신을 다룬 이 영화는 독특하다. 신뢰할 만한 집단인 경찰과 그렇지 못한 범죄자들에 대한 통념을 뒤바꿔 놓는다. 경찰은 범인 체포라는 목적을 위해 함정 수사를 펴고, 정보원을 협박하고 무고한 사람을 납치해 죽음의 위기로 내몬다. 악당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거금을 앞에 두고도 자기 몫을 양보하며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한다. 정의의 전복. 이처럼 사회집단에 대한 정의와 믿음이 통채로 뒤바뀌며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이를 통해 멜빌은 비정한 사나이들의 세계와 그 속에서 싹트는 의..

제트(Z)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0년대 후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 '제트'(Z, 1969년)가 제작된 지 20년 만에 국내에 들어 왔다. 그리스의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의 암살을 다룬 내용은 당시 박정희 독재 정권과 상황이 흡사해 국내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만큼 '제트'의 국내 개봉은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갈망 만큼이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 처럼 흥미진진하다. 정의로운 검사가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조직적 은폐와 사건 왜곡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아주 긴장감 넘친다. 특히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이를 다큐멘터리나 뉴스 보도처럼 들고찍기와 롱 샷, 클로즈업을 병행하며 현장감있는 영상으로 실감나게 재현했다. 단순 흥미를..

라 비 앙 로즈 (블루레이)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라 비 앙 로즈'는 연인 이브 몽탕을 위한 노래였다. 피아프는 당시 후배이자 무명가수였던 이브 몽탕을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졌고, 15분만에 만든 위대한 명곡 '라 비 앙 로즈'를 그에게 바쳤다. 하지만 이브 몽탕은 훗날 피아프를 버리고 마릴린 먼로를 좋아한다. 문제는 정작 영화에 몽탕과의 관계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 개봉 제목으로 이 노래 제목을 사용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라 비 앙 로즈'(La Mome, 2007년)는 시종일관 죽음과 우울한 이야기로 점철됐다. 피아프는 1912년 길거리 가수였던 그의 어머니가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거리를 헤매다가 길에서 낳았다. 그런 형편이다 보니 학교 문턱에 가보지도 못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