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선균 12

악질경찰(블루레이)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에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와 그에 걸맞는 깔끔한 연출, 현란한 액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그가 직접 쓰고 각색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출이 돋보였다. 덕분에 그가 연출한 '악질경찰'(2018년)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용은 부패한 형사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목숨을 건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다. 주인공 조필호(이선균) 형사는 조폭이 짓는 건물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를 터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많고 많은 곳을 놔두고 솜씨좋은 도둑을 동원해 터는 곳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라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설정이다. 더 많은 돈이 나올 곳도 많은데 제일 위험천만한 곳을 노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끝까지 간다 (블루레이)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2013년)는 신나는 액션게임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아무때나 시작해도 간단한 조작만으로 즐길 수 있는 액션게임처럼 이야기의 전후맥락을 거두절미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집중했다. 내용은 어느날 우연히 교통사고를 낸 뒤 시체를 감춘 형사가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협박 당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일이 꼬여도 너무 꼬인 주인공의 상황이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내며 이를 통해 보는 사람의 아드레날린이 솟게 만든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이선균이 맡고 있는 형사 위주로 흘러간다. 주변 동료 형사들은 거의 곁가지 수준이며, 주인공을 압박하는 악당 조차도 캐릭터 설명이 불충분하다. 이처럼 지나치게 주인공에만 집중하면 영화가 속도감있게 흘러 갈 ..

우리 선희 (블루레이)

한 여자를 아는 세 남자가 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한 여자와 친구 이상의 각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에게 여자는 각각의 상대이지만, 세 남자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아는 '우리의 여자'다. 홍상수 감독은 이 미묘한 차이를 1시간 28분의 시간 안에 재미나게 풀어냈다. '우리 선희'(2013년)는 언제나 그렇듯 홍 감독만의 시각이 돋보이는 독특한 영화다. 모두의 연인이면서 각자의 연인인 선희가 보여주는 입장차를 각각의 남자들이 펼쳐내는 논리 속에 잘 살려냈다. 특히 상대의 따라 바뀌는 남자들의 논리는 진실을 가장한 위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식인 연하는 먹물들의 허장성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을 허망한 웃음과 황당한 상황으로 잘 다듬어낸 작품이다. 굳이 다듬었다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4번째 작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년)을 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홍 감독 작품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뜻밖에도 프랑스 가수 제인 버킨이 깜짝 출연한다. 배우이자 가수인 그는 프랑스 샹송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마치 소녀가 속삭이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로 읊조리듯 부르는 유명한 노래 'Yesterday Yes a Day'를 들어보면 그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67세 할머니여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젊은 시절에는 아주 예쁜 패션모델 같은 외모로 이름을 날렸다. 역시 유명 가수인 세르주 갱스부르와 결혼해 낳은 딸 샤를르 갱스부르 또한 배우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 버킨이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홍 감독의 전작인..

밤과 낮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여덟 번 째 영화 '밤과 낮'(2008년)은 이중성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딱히 이중성을 다룬 영화라고 단정하기 힘든 이유는, 그의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워낙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다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우연히 대마초를 얻어 피웠다가 잡힐까봐 파리로 몸을 피한 어느 유부남 화가의 이야기다. 설정부터 범상치 않아 웃음이 나온다. 이 작품은 서로 대립하면서 묘한 긴장관계를 불러 일으키는 이중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우선 서로 댓구를 이루는 제목부터 그렇다. 하루를 구성하는 밤과 낮은 상호보완적이면서 서로 함께할 수 없는 분리적인 요소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성남(김영호)과 아내 성인(황수정)이 있는 서로 다른 장소인 파리와 서울의 시간대를 의미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공간의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