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안 홀름 6

불의 전차(블루레이)

2024년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Paris)는 올림픽을 세 번이나 개최하는 도시다. 1900년 열린 제2회 올림픽과 1924년 제8회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렸다. 2024년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올림픽을 유치하는 셈이다. 특히 제8회 파리 올림픽은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대회다. 라디오 중계와 선수촌, 제8회 파리 올림픽이 바꾼 것들 파리는 당시까지 세계 최초로 두 번이나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됐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올림픽은 동계와 하계로 나뉘었다. 그 전에는 원래 그리스 올림픽에 겨울 종목이 없었다는 이유로 분리되지 않았는데 파리 올림픽부터 처음으로 승인을 받았다. 올림픽 엠블렘과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표어도 파리 올림픽..

에이리언 (4K 블루레이)

어려서 외계인하면 떠오르던 생각이 문어 형상이었다. 아마 만화책 등에서 봤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 1979년)은 이 같은 생각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벌레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투구 쓴 개 같기도 한 외계 생명체는 경악 그 자체였다. 자웅동체인 에이리언은 기생충처럼 사람의 몸에 알을 낳아 자라나면 몸을 찣고 튀어나와 사람을 잡아먹는다. 총에 맞으면 금속을 녹이는 강한 산성 피를 흘려 피해를 주는 에이리언은 공포와 충격의 상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SF라기보다 밀실 공포물에 가깝다. 어디로 달아날 곳 없는 우주선 안에서 7명의 대원들이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1분 1초가 보는 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고, HR ..

네이키드 런치: 블루레이

기괴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 1991년)는 그의 전작인 '플라이'처럼 충격적인 영상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1950년대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소설가 윌리엄 버로우즈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마약, 동성애, 살인 등 금기시된 소재를 기이한 영상으로 비틀어서 표현했다. 감독은 검열을 피해서 순화시켰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하면 속이 거북한 그림 투성이다. 여기에 여성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볼 만큼 별난 철학을 가진 버로우즈의 세계관이 결합돼 난해한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평단은 이 작품을 1991년의 대표작으로 추켜올리며 열광했다. 기존 영미문학과 다른 실험적 글쓰기와 소재의 차별성 ..

여인의 음모 (블루레이)

지금도 이 영화 제목이 국내에서는 왜 '여인의 음모'인 지 모르겠다. 브라질이라는 원제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제목이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여인의 음모'(Brazil, 1985년)는 암울한 근 미래를 다룬 SF영화다. 세상은 '1984'의 빅 브라더 같은 권력이 장악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사람들은 공권력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정부 권력의 핵심인 정보부에 근무하는 주인공은 부조리한 현실을 깨닫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도피를 꿈꾼다. 영화가 그리는 세상은 암울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언뜻보면 영화 속 미래는 과학기술이 발달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약간씩 어긋나있다. 엘리베이터는 중간에 멈추고 에어컨이 고장나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된다. 압권은 파리를 쫓다가 이름이 잘못 입력..

제 5 원소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SF영화 '제 5 원소'(The Fifth Element, 1997년)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를 비롯해 프랑스 만화가 장 클로드 메지에르, 장 메비우스 기로가 작품 제작에 참여해 화려한 영상을 선보인다. 그만큼 화사한 색상과 다양한 볼거리로 눈을 어지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반면 내용은 영상만 못하다. 전형적인 종말론에 구원론을 결합시킨 일대 활극에 가깝다.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정체 불명의 행성을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물리치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담이 섞인 듯한 분위기다. 그만큼 영화는 액션과 볼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구조가 촘촘하지 못하고 엉성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