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연걸 10

황비홍3(블루레이)

서극 감독의 '황비홍 3'(黃飛鴻之三獅王爭覇, 1993년)는 서극 감독과 이연걸 콤비가 만든 3편의 시리즈 가운데 가장 박한 평가를 받는다. 전작들보다 액션의 강도가 떨어지고 이야기 또한 긴장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황비홍과 소균(관지림)의 로맨스에 치중하면서 액션극이라기보다 러브스토리에 가깝게 변질됐다. 여기에 서극 감독 특유의 어설픈 코미디를 섞으면서 힘이 빠졌다. 내용은 사자탈춤 대회인 사왕 대회를 장악하려는 악당들과 황비홍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리홍장을 죽이려는 러시아 암살 세력의 에피소드가 사족처럼 끼어들었다. 러시아 암살단 이야기는 굳이 없어도 상관없을 텐데 관지림과 로맨스에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해 끼워 넣은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전개되는 것이 흠이다...

황비홍2(블루레이)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개봉한 서극 감독의 '황비홍2'(黃飛鴻 之 二 男兒當自强, 1992년)는 국내에서 곡절이 많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1편이 국내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2편 수입에 과당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1편의 수입 가격이 32만 8,000달러였는데 2편 가격이 3배 가까운 80만 달러로 치솟았다. 급기야 한국영화업협동조합이 정부에 수입 제한을 건의하면서 문화부가 수입을 불허했다. 그 바람에 국내에서는 3편이 먼저 개봉했다. 다행히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각 편이 독립적이어서 3편이 먼저 개봉했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2편은 중국의 근대화를 둘러싼 1911년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서양 문물을 배척하는 백련교도가 날뛰면서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한 혁명 주도 세..

황비홍(블루레이)

황비홍은 '정무문'의 곽원갑과 함께 근대 중국의 무술 영웅으로 꼽히는 실존 인물이다. 홍가권의 고수인 그는 1847년에 대대로 무술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전수된 홍가권을 어려서부터 연마한 황비홍은 집안이 너무 가난해 8세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길거리에서 무술 시범을 보이고 약을 팔았다. 하지만 워낙 무술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홍가권뿐만 아니라 당대 뛰어난 무술 스승들에게 철선권, 무영각, 취팔선권 등도 전수받았다. 황비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렇게 전수받은 무술들을 개량해 자신만의 권법을 다듬었고 말년에는 십독수라는 비밀 기술까지 개발했다. 17세 때 도장을 연 황비홍은 광부와 시장 상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쳤고 26세 때 한의원인 바오즈린(寶芝林)을 세워 사람들의 병을 치료했다. ..

영웅(감독판 블루레이)

중국이 우리의 발해성벽까지 만리장성의 연장이라고 역사를 왜곡하는 장성공정을 벌여 공분을 자아낸다. 진의 시황제가 북방 오랑캐를 막기 위해 쌓은 만리장성을 처음 가봤을 때 사진이나 TV에서 본 것과 달리 얕으막한 높이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가까이 보면 실망스런 이 건축물이 멀리 떨어져보면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장대하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2002년)은 만리장성 같은 작품이다. 장 감독의 첫 액션영화인 이 작품은 단순 무협물로 보이지만 한걸음 떨어져보면 중국 역사를 꿰뚫는 기본적 흐름과 사상이 녹아 있다. 조각난 중국 대륙을 통일하려고 주변국을 침략한 진시황제를 암살하기 위해 네 명의 무사들이 주도 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시황제에게 짓밟힌 조국을 대신해 뭉친 이들의 계획은 뜻밖에도 내부에서 ..

익스펜더블2 (블루레이)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 연출한 '익스펜더블2'(The Expendables2, 2012년)는 전편에 이어 1980년대 액션영웅들이 총출동했다. 기존에 출연했던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왈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이연걸, 돌프 룬드그렌 외에 장 클로드 반담, 척 노리스, 리암 헴스워스가 새로 등장했다. 냉전시대 끝물인 1980년대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강한 남성들이다. 전형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었던 레이건 행정부의 지향점이 강한 미국이었던 만큼 이를 반영한 영화 속 주인공도 람보, 코만도 같은 마초들이었다. 이들은 일당백의 능력으로 총알을 피해가며 혼자서 적진을 휘젓고 다녔다. 그만큼 80년대 액션 영화는 줄거리를 떠나 우람한 근육질의 남성이 뿜어내는 호쾌한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